#한국 생활 10년째
이모가 운영한 한식당 단골이
소개해준 남편 첫눈에 반해
그날 곧바로 한글 공부 시작
대기업 통번역할 만큼 유창
#3월에 더 그리운 건
베트남서 '여성의 날' 기념
거리엔 아오자이 여성 가득
치수 재며 밤새 옷 만들던
가족과 함께한 시절 떠올라
'엄마! 나 잘 살고 있어요' 코너에서는 한국 이주 여성들이 고국에 계신 어머니에게 쓰는 편지를 소개합니다. 다문화 가정의 애환과 한국에 정착해서 잘 살고 있는 이주 여성들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딸이 엄마에게 전하는 솔직한 이야기를 들여다볼까요?
◆You are my Destiny!
부이 티 또런(34) 씨는 한국인 남편을 만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아오자이(베트남 전통 여성 복장)를 만드는 부모님을 따라 바느질을 배우며 자랐다. 온 가족이 함께 일했기 때문에 또런 씨는 가족과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다. 그녀는 때가 되면 자연스레 가업을 이어받아 베트남 남자를 만나 평범하게 살 거라 생각했다.
한국과의 인연이라면 또런 씨의 이모가 한국식당을 하기 때문에 김치찌개나 부침개를 자주 먹었고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다는 것이 전부였다. 드라마를 통해 본 한국은 마치 신세계 같아 가족이 생기면 함께 여행을 가겠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또런 씨가 한국 남자와 결혼하고 타국으로 넘어와 10년째 살고 있다. 그녀는 아직도 자신이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또런 씨는 2007년 7월 7일 남편과 만났다. 이모 식당 단골이던 한국인 사업가가 또런 씨에게 지금의 남편을 소개했다. 또런 씨는 베트남으로 여행 온 남편과의 첫 만남을 잊을 수 없다. 선한 인상에 수줍음이 많은 남편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또런 씨는 곧바로 한국어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남편을 만날 때마다 한국어를 연습했다.(현재 또런 씨는 대기업에서 통번역 일을 할 정도로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두 사람은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연애를 하다 이듬해 결혼에 골인했다.
또런 씨는 스스로를 매우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남편을 만난 후부터 결혼하기까지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 남자들은 결혼을 하면 권위적으로 변한다거나 국적이 다른 시어머니와는 고부 갈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걱정들은 모두 기우에 불과했다. 처음 만난 시댁 식구들은 또런 씨에게 매우 자상했다. 남편의 형제들부터 동서들까지 한국어부터 한국 음식 만들기 등 또런 씨가 서툰 일은 차근차근 가르쳐주고 함께했다. "남편을 처음 봤을 때 느낀 첫인상이 옳았어요. 시어머니부터 남편의 형제들까지 너무 착하고 살가워서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가정과 커리어를 함께 쥔 슈퍼우먼
4세, 7세, 9세 세 아이의 어머니인 또런 씨는 육아와 사회생활을 동시에 하고 있는 슈퍼우먼이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도와 일을 했기 때문에 한국으로 올 때도 언젠가 사회생활을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한국에 온 뒤로 계속 가사와 육아에만 신경 썼지만 4년 전 셋째 아이를 낳은 후 본격적으로 일을 찾기 시작했다.
꾸준히 한국어를 공부해 한국어시험 TOPIK 5급(최고등급 6급에 도전했지만 6점이 모자랐다고 한다)을 취득해 둔 것이 도움이 됐다. 현재 또런 씨는 평일엔 구미에 있는 LG디스플레이에서 통번역사로 일하고 주말에는 동성로에 있는 어학원에서 베트남어를 가르친다. 베트남어 통역관을 구한다는 얘길 듣고 번역 일을 하고 있는 친구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또런 씨는 다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고 3년 전부터는 프리랜서 통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가족의 지원이 있었기에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었다. 올해 초부터는 시어머니가 근무 시간 동안에는 아이들을 봐 주신다.
-------------------
♣또런 씨의 편지
또런 씨는 3월이 올 때마다 부모님이 더 그리워진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베트남에서도 '여성의 날'을 기념해 이날이 되면 거리가 아오자이를 입은 여성들로 가득하다. 아오자이를 만들어 파는 또런 씨 가족은 이 시기가 가장 바쁘다. 그녀는 고향에서 아오자이를 만드느라 바쁘게 지낼 가족을 생각하면 함께 일했던 시절이 더욱 그립다.
또런 씨가 보고 싶은 엄마에게 편지를 썼다. 타국으로 시집와 자주 만나지 못하지만 편지로 소식을 전하려고 한다.
"엄마 시집와서 10년 만에 처음 편지를 쓰네요. 엄마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엄마! 나 잘 살고 있어요!"
엄마! 편지 받고 많이 놀랐죠?
엄마에게 편지를 쓴 게 처음이에요~. 조금 있으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이에요.
이날이 다가오면 우리 집에 찾아오는 손님도 많은데 일일이 치수를 재던 바쁜 모습이 많이 그리워요. 특히 밤새도록 옷을 만들던 날이 더욱 그립네요.
제가 요즘 멀리 출퇴근하면서 일찍 나가고 늦게 집에 오니까 엄마가 애들 걱정 많이 하는 거 알고 있어요.
엄마 걱정 하지 마! 애들 아빠가 집안일이며 애들 돌보는 거며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엄마가 애들 봐준다고 한국 오셨을 때는 집도 깨끗했고 안심하면서 집을 비웠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질 못해요.
새삼 엄마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데 한국에 있는 가족이 번갈아가며 일을 도맡고 있어요.
사실 엄마를 베트남으로 보내고 제가 많이 후회했어요.
왜냐하면 엄마가 저를 생각해서 잔소리를 한 건데 전 항상 그 말을 싫어했었죠. 참지 못해 자주 엄마 마음고생을 시키고 말대꾸도 했던 일이 이제 와서 너무 후회돼요. 엄마, 미안해요.
엄마!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엄마에게 말한 적이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엄마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어요. 엄마, 걱정하지 말고 직장생활도 그리고 엄마의 손자, 손녀 3명도 잘 키울게요. 건강하세요~.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