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성서공단의 자동화설비 부품기업인 S사는 지난해 110억원의 전체 수출 실적 중 55%와 25%를 각각 유럽과 미국시장에서 올렸다. 이른바 '선진 시장'이 주 시장으로, 남은 20%의 수출 비중은 중국, 동남아 등 50여 개국으로 분산돼 있다. 이 업체는 15년 전부터 중국 등 아시아보다는 선진 시장을 겨냥해 공을 들였다. S사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큰 시장이기는 하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싸야 진입이 가능한 시장이다 보니 우리처럼 품질은 좋지만 가격은 상대적으로 비싼 회사 제품은 버티기 어렵다"면서 "특히 최근 사드 보복 같은 비경제적인 불확실성도 높아 외국 기업으로서 경영활동에 애로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로 대중(對中) 수출 기업들의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고조되는 가운데 수출 시장을 중국 위주에서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 '신시장'으로 다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시장 개척에 성공한 지역 기업들은 사드 보복 파동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수출에 탄력을 받고 있다.
대구의 합성섬유업체인 A사는 2010년대 초반부터 주력 수출 시장이던 중국에 머물지 않고 미국'유럽 시장에 대한 수출을 확대해 왔다.
당시 의류 분야에서 중국의 섬유 기술력이 한국 기업들을 맹추격하는 상황이어서 경쟁이 힘들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이에 A사는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등 R&D 기관과 비의류 분야 제품 개발에 나섰고 헬스케어, 정보통신기술(ICT), 전기전자제품용 부품 등을 새로운 주력으로 개발해 선진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A사는 태양전지용 분리막 필름을 대체할 기능성 직물을 개발하고 있으며 3D 하이브리드 섬유 생산 기술을 확보해 욕창 예방용 매트리스 등을 만드는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의료'헬스케어 섬유를 내놓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앞서 우리 회사 수출의 90% 이상이 중국에서 나왔지만, 앞으로는 첨단 섬유를 앞세워 다른 나라 섬유 시장으로의 진출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 달서구의 식품업체인 B사는 마카롱, 컵케이크 등 빵'과자류를 수출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미국 현지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매장에 기술을 전수하면서 미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과 거래해 왔지만, 최근 사드 보복에 따른 불안감 때문에 중국 시장에 불안감을 갖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 업체 대표는 "지난해 연말까지 중국에 1만달러 상당의 식품을 수출했다. 최근 현지 바이어로부터 5천만원 상당의 추가 주문이 있었지만 사드 보복 때문에 통관이 되지 않을까 우려해 주문받은 제품의 송출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금 같은 분위기에 중국 시장에 올인하기는 위험하다고 생각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외 시장 공략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지역의 한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중국 시장이 그래도 돈이 되니까 이런 상황에도 미련을 버리기 어렵다. 바이어 상담부터 실제 거래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리는 마당에 중국 외로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임규채 박사는 "국내 기업들은 중국과 같은 문화권인 말레이시아, 태국, 미얀마, 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로 수출 시장을 넓혀야 한다. 정부 당국도 기업들이 마음 놓고 시장 개척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통상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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