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 김관용의 대망

김해용 논설위원

언론사에 있으면 정보를 많이, 그리고 깊숙이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최근 지인 여러 명으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대권에 도전한다는데 출마하려는 진짜 이유가 뭐요?"

누가 보더라도 김관용 도지사의 대권 도전이 무모하다는 전제가 바탕에 깔려 있는 질문이 아닌가. 지금의 여론 지지율로 볼 때 유력 주자로 평가받지 못하는 그가 대통령 선거에 왜 나서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세간의 인식을 담은 물음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지사의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없는 나 역시 아는 게 없기는 마찬가지다.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면 가장 정확하겠지만 요즘 김 지사가 대권 행보하랴, 도정 챙기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고 하니 연락 닿기가 쉽잖다. 또한 대권 도전 의사를 이미 내비친 마당에 면전에서 그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결례일 수 있겠다 싶어 결국 간접 취재에 나섰다. 경상북도 고위 공무원이나 도지사 측근이라 불릴 만한 인사를 만날 때마다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답변은 거의 비슷했다. "대권 도전 의지가 아주 강하다." "스스로 당선 가능성이 있다고 믿고 있다." "김 지사가 얼마 전 간부 회의 석상에서 자신의 대권 도전에 대해 냉소적인 공무원들이 많다며 한 소리 했다고 하더라."

적어도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은 '쇼'가 아닌 것 같다. 3선 임기 말에 접어든 요즘 '도정 레임덕'을 막기 위해 대선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린다거나 퇴임 이후 정치적 입지를 다지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추측은 그의 내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이다.

항간의 시선과 달리 김 지사 본인은 이번 대선을 해볼 만한 승부처라고 믿으며 나름대로 준비도 많이 해온 것 같다. 이런 자신감은 그의 정치 여정과 무관치 않다. 그는 우리 정치사에 유일무이한 6선 단체장(기초 3선'광역 3선)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치러진 6번의 선거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이다. 구미시장 3선을 끝내고 도지사 선거 출사표를 던질 때에도 친이계 후보에 뒤진다며 주변 사람들이 모두 만류했지만 경선에 나섰고 판세를 뒤집어 도지사에 당선됐다.

단체장으로 보여준 역량과 뚝심을 볼 때 정치인으로서 그는 부족함이 없다.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과 이슈 중심에 서는 감각도 뛰어나다. 또한 목표를 설정하고 나면 될 때까지 집중한다. 모두가 불가능하리라고 여겼던 경북도청 이전을 임기 내에 이룬 것만 보아도 그렇다. 좌중을 들었다 놨다 하는 연설 솜씨가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점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구미시장에 처음 출마했을 때 대중 앞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른 경험을 한 이후 그는 정치인으로 성공하려면 연설을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연설 강사로부터 특별레슨까지 받았다.

김 지사는 박근혜정부의 실정으로 여론이 극히 악화돼 있지만 대통령 선거가 시작되면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선거가 시작되면 보수 성향 표심이 집결하면서 박빙의 싸움이 될 것이고 보수 진영 단일 후보가 되기만 하면 해볼 만한 싸움이라는 것이 그의 판세 분석이다. 향후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대구경북 입지의 급격한 약화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경북도지사가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것 자체도 지역에는 나쁜 그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식적인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무엇보다 'TK 3선 광역단체장'과 '친박' 타이틀이 지금까지는 그의 정치적 자산이었지만 대권 가도에는 큰 핸디캡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구경북이 아닌 타지역에서 대중적 인지도 정체 현상도 넘어야 할 산이다. 김 지사보다 늦게 대선 판도에 뛰어든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지지율이 두드러지게 오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보수 진영 경선을 통과할 비책과 정치적으로 새로운 핵심 브랜드 발굴이 김 지사에게는 절실해 보인다. 제19대 대선에서 대구경북의 광역단체장이 군소 후보 취급을 받는 일만은 절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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