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락·조난자 구조…우린 울릉 지킴이" 울릉산악구조대

결성 26년째, 출동 횟수 연간 5∼10회 달해

지난해 10월 성인봉 등산에 나섰다가 실종돼 숨진 울릉경비대장 수색에 이바지한 공로로 경북지방경찰청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울릉산악구조대 대원들.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지난해 10월 성인봉 등산에 나섰다가 실종돼 숨진 울릉경비대장 수색에 이바지한 공로로 경북지방경찰청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울릉산악구조대 대원들. 울릉산악구조대 제공

휴일인 5일 오전 7시쯤 울릉군 주민 최희찬(49) 씨의 전화벨이 울렸다. 전날 성인봉에 올랐던 등산객이 실종됐다는 울릉경찰서 측의 전화였다. 최 씨는 후배 장민규(30) 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장 씨는 몇몇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대기하도록 했다. 장 씨의 전화를 받은 이경태(57) 씨는 때마침 성인봉 정상 인근에서 설동을 파고 비박 중이었다. 이 씨는 곧장 스키로 하산을 시작해 실종자의 것으로 보이는 발자국과 등산 장비를 발견했고 "실종자가 등산로를 벗어나 저동 봉래폭포 쪽으로 하산한 것 같다"는 사실을 장 씨에게 알렸다. 오전 9시, 전화를 받은 7명이 울릉119안전센터에 모였다. 경찰 관계자의 설명을 잠시 들은 뒤 일행은 봉래폭포로 향했고 수색 1시간여 만에 폭포 아래 눈 속에서 숨진 실종자를 발견했다. 울릉산악구조대 이야기다.

"울릉도는 해발 987m 성인봉을 비롯해 900m가 넘는 봉우리가 6곳이나 되고 육지와 전혀 다른 험준한 지형 탓에 매년 조난'추락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수십 건에 달합니다." 한광렬(54) 울릉산악구조대장이 말했다.

사실 울릉도에선 등산에 나선 관광객 조난사고 외에도 봄철이면 나물을 캐러 나선 주민들의 추락사고도 빈번하다. 반면 유일한 소방기관인 포항남부소방서 울릉119안전센터엔 구조대가 없다. 19명이 3교대로 근무해 사고가 나면 출동할 수 있는 인력이 5명이 채 안 되는 데다 대부분 육지 출신이라 울릉도의 복잡한 산세를 익히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이유로 만들어진 민간단체가 울릉산악구조대다. 1991년 서면 남통터널 인근 절벽 추락사고 이후 본격적인 구조활동을 시작했다.

대원들은 평소 정기적으로 암벽등반을 비롯한 조난자 구조 훈련을 하며 울릉도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출동 횟수는 연간 5~10회 정도. 그간 산행이나 산나물 채취에 나섰다가 조난당한 100명 이상의 인명을 구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성인봉 산행에 나섰다가 숨진 울릉경비대장 수색에도 큰 힘을 보탰다. 24일 울릉경비대장 실종 소식을 듣고 수색에 나선 이후 발견된 30일까지 생업을 뒤로하고 위험지역 수색에 앞장섰다. 그 공로로 대원 8명은 경북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구조장비를 놓아둘 변변한 사무실 하나 없지만 불평하지 않고 솔선수범하는 대원들이 고맙죠. 특히 자영업을 하는 대원들에겐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 대장의 말이다.

울릉산악구조대는 모두 13명이다. 한광렬 대장을 비롯한 6명은 공무원, 나머지는 자영업 종사자로 공무원 대원은 대부분 공무휴가 처리를 받지만, 자영업을 하는 대원은 생업을 접고 구조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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