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달 결혼식을 앞둔 직장인 이혜정(28) 씨는 결혼자금을 불리기 위해 투자처를 물색하던 중 지난해 9월 ETF가 수익률이 좋다는 말을 듣고 코스피(KOSPI) 지수에 연동하는 ETF에 투자했다. 하지만 혼수품 구매 시점인 현재까지 코스피 지수가 신통치 않아 손해 보고 ETF를 처분했다.
#2 직장인 김상진(41) 씨는 중국의 성장 가능성에 장기 투자하기 위해 중국 본토 주가지수에 2배로 연동되는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다. 3개월 후 중국 본토 주가지수가 10% 상승하자 차익 실현을 위해 레버리지 ETF를 팔았으나 수익률은 20%보다 훨씬 낮은 12%에 그쳐다.
#3 식당을 운영하는 박상희(52) 씨는 미국 경제가 계속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1년 전 미국 주가지수(S&P 500)에 연동되는 해외 ETF를 1천만원에 샀다. 8% 수익이 난 것을 확인하고 팔았는데 막상 통장에 입금된 금액은 1천80만원이 아니라 1천67만원에 불과했다. 영업점에 문의했더니 세금 때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ETF)는 주식과 펀드 투자의 특성을 섞은 혼합형 금융 상품이다. 인덱스펀드로서 특정 지수 또는 가격의 수익률에 따라 투자 이익이 결정된다. 개별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투자자들이 S&P 500(미국 대형 기업) 등 특정 국가나 일부 업종(WISE 여행'레저 지수 등)의 경기 흐름을 예측해 투자할 수 있는 펀드 상품이다.
상장주식과 마찬가지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해 언제든지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데다 저렴한 비용으로 분산투자까지 가능해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국내 투자업계에선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초저금리 시대에 장기 투자를 위한 대안이라는 평가까지 내놓기도 했다.
지난해 말 현재 국내 ETF는 256개 종목이다. 순자산가치총액만 25조1천억원에 달한다. 2015년 말보다 3조5천억원이 늘었다. ETF 순자산총액은 코스피 시가총액(1천308조원)의 1.9% 수준이다. 일일 거래대금은 8천억원 규모로 KOSPI(4조5천억원) 거래대금 전체의 17.5%에 해당한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은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과 보호무역 기조 강화 그리고 중국의 경기 소강 국면 등으로 금융시장이 동요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각종 지수와 연동된 ETF 투자에 대한 유의 사항을 안내했다.
◆ETF는 원금 손실 가능성 있는 펀드 상품, 자산 구성 내역 따져야
먼저 ETF는 은행 예금과 달리 원금 보장 상품이 아니다. 주식처럼 아무 때나 사고팔 수 있지만 결혼 등으로 투자 기간이 정해진 경우에는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 손실이 난 상태에서 자금이 필요할 경우 불가피하게 손해를 보고 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ETF는 특정 지수 및 업종의 주가 수준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기 때문에 ETF 상품이 추종하고 있는 지수 및 업종에 어떤 세부적인 기업들이 포함돼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자산구성내역(Portfolio Deposit File'PDF)을 통해 투자 예정 ETF가 어떠한 세부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ETF 순자산가치(Net Asset Value'NAV)가 해당 지수 및 업종 전체의 시장가격보다 적으면 실적이 좋지 않은 상품으로 분류된다. PDF, NAV 및 유동성공급자(LP) 등 ETF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한국거래소(www.krx.co.kr) 홈페이지(시장정보-증권상품-ETF)나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에서 언제든지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ETF는 주식처럼 시장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매수'매도 시 중개수수료가 붙고 펀드 상품이기 때문에 운용보수, 판매보수, 신탁보수 등 운용비용을 뗀다.
펀드 관련 비용은 ETF 기초자산 유형과 자산운용사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미리 확인하고 매매해야 한다. 현재 상장된 ETF 중 투자비용이 가장 저렴한 ETF는 0.05%인 반면, 가장 비싼 경우는 0.99%다. 특히 장기 투자하는 경우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운용비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와 함께 순자산가치가 기초지수를 못 따라가서 발생하는 추적오차가 큰 ETF는 투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 추적오차는 ETF 자산구성내역에 기초지수 구성 종목 전체를 담지 못해서 발생한다. 추적오차가 크면 투자자가 수익률을 예상하거나 매수'매도 시점 선택 시 혼란을 느낄 수 있다.
◆고수익 추구하는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장기 투자에 부적합
레버리지 ETF는 기초지수 가격의 하루 변동률에 2배까지 연동하는 상품이다. 오늘 기초지수가 1% 오를 경우 레버리지 ETF 가치는 2% 오른다. 반대로 기초지수가 1% 내리면 2% 하락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ETF의 기간수익률은 기초지수 기간수익률의 2배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기초지수가 1천포인트에서 시작해 다음 날 25포인트 하락하고, 그다음 날 25포인트가 상승한 경우 기초지수 수익률은 변동이 없지만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은 -0.14%가 될 수도 있다.
심지어, 기초지수가 최초 시점보다 상승(1천→1천100)하더라도 기초지수가 등락을 반복한 경우라면 레버리지 ETF의 가격은 오히려 하락(1천→923)할 수도 있다. 인버스 ETF도 레버리지 ETF와 유사한 속성이 있으므로 장기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
그리고 ETF는 기초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에 따라 실물 ETF와 합성 ETF로 구분한다. 일반적인 실물 ETF는 기초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을 직접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지수를 복제(Physical replication'실물복제)한다. 그러나 합성 ETF는 기초지수 수익률에 대한 스왑(Swap) 거래를 통해 지수를 복제(Synthetic replication'합성복제)하기 때문에 합성 ETF에 투자하는 경우 스왑 거래 상대방의 부도나 파산 등의 신용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환율 및 세금 변수 고려해야
해외에 상장된 지수나 농산물'원자재 선물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는 기본적으로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된다. 예를 들면 미국 S&P지수에 연동되는 ETF에 투자하는 경우 지수가 10% 오르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원화 환산 수익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이러한 환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ETF도 있다. 환위험을 상쇄한 ETF는 펀드명 말미에 '(H)' 자를 표시한다. 따라서 해외 ETF 등에 투자할 때는 환율 효과를 주요 투자 판단 요소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ETF는 원칙적으로 보유기간 동안 발생한 이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소득세법상 배당소득세 15.4%)한다. 다만, 국내 주식형 ETF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매매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는다. 일부 해외지수 ETF도 해외 비과세 전용 펀드 계좌를 통해 가입할 경우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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