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아직 서울대 타령?

얼마 전, 지역 일간지에서 대구 수성구 고교의 서울대 입시 성적이 추락함에 따라 수성구의 부동산 가격까지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연거푸 실렸다.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4위(2007년)였던 수성구 고교의 서울대 진학 숫자가 12위(2017년)로 하락했다는 것이 팩트였다.

그런데 왜 서울대 진학 숫자일까? 의문이 생겼다. 사실 주위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최상위권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은 서울대가 아니라 '의과대학'(좀 더 폭넓게는 의'약학계열)이다. 대학을 서열화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비판과 논란이 있지만, 현실을 그대로 인정한다고 하면 의과대학 밑에 서울대가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물론 같은 의과대학이라면 서울대 의과대학이 더 낫겠지만 말이다.

만일 대학 진학과 관련해 수성구의 '부동산 불패 신화'가 깨지고 있다면 그것은 서울대 진학 숫자가 줄어서 그런 것이라기보다 학생부종합전형과 수시모집 비중의 증가 등으로 인해 학력 중심으로 교육하는, 또는 내신 성적 따기가 어려운 수성구 고교의 메리트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는 생각이다.

현실적이지도 않고 현실을 반영하지도 못하는 '서울대 타령'을 입시 때마다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언론 보도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과 관련해 우리 사회의 보다 근본적인 고민은 "왜,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의과대학으로만 몰리는가?" "왜, 뛰어난 젊은이들이 법조인, 교사, 공무원을 희망직종 1위로 꼽는가?"에 있지 않을까. 물론 우수한 의사, 법조인, 교사, 공무원이 필요하지만 한쪽으로만 지나치게 쏠리고 있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불균형이 우려스럽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적으로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세계경제포럼(WEF)은 내다보고 있다.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회를 개혁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며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매진해야 할 텐데 현실은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치배분 시스템과 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탓이다.

야권 대선주자들이 기득권 타파를 외치며 사실상 서울대와 경찰대 등을 없애는 공약을 제시했다. 시대착오적인 서울대 타령의 반복인 셈이다. 혹시 이렇게 하면 서울대를 가지 못한, 자식을 서울대에 보내지 못한 사람들의 표가 자신에게 몰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분풀이식 때려 부수기'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교육개혁과 사회시스템의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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