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우린 꿍꿍이를 알지!

'가가 가가가?/가가 성이 가가가?/저 사람 성이 바로 가씨지?'

시인 채종한 전 포스텍 교수가 최근 펴낸 시집 '무식(無識)이 무식(無食)에 졌다'에서 '표준어와 안동 사투리'라는 제목으로 소개한 시다. 과거 대학에서 가르치고 경주에 살다 최근 몇 년 안동에서 살았던 시인이 우리 고장 특유의 어투를 소재로 한 세 줄짜리 시다. 다른 고장 사람은 몰라도 대구경북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안다. 한 울타리에서 오래 산 탓이다. 상대의 말과 행동에 밴 뜻을 몸이 먼저 꿰뚫는 까닭이다.

이처럼 대구경북 사람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상대의 말과 행동을 보고 속으로 무슨 꿍꿍이인지를 흔히 알아차린다. 요즘 부쩍 정치 꿈을 우회로 드러내는 대구경북 단체장들 가운데 이런저런 자리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그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겉으로의 말은 부드럽고 매끄럽다. 곧이곧대로 들으면 살기 좋고 걱정 없는 정치와 행정이 금방 이뤄질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질 만하다.

대통령 꿈을 드러낸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를 비롯해 김 지사 뒤를 노리는 남유진 구미시장과 김영석 영천시장, 대구에서는 대구시장 자리를 넘보는 윤순영 중구청장과 이진훈 수성구청장이 그렇다. 이들은 공통점이 있다. 나름 현재 자리에 오르기까지 선거 승리의 맛을 만끽했다. 재선의 이 청장을 빼면 더 이상 지금 자리에 머물 수 없는 3선이다. 어쩔 수 없이 지금처럼 또 다른 곳을 찾아 떠나야 하는 철새 신세가 되거나 아니면 지혜로운 선각자처럼 보람된 새 삶을 살 수도 있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후자(後者)는 공염불(空念佛)이겠지만.

이들을 보면 지난 2일 서울대 성낙인 총장이 입학식에서 한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서울대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우라. 서울대라는 이름에 도취하면 오만과 특권 의식이 생기기 쉽다. 인간에 애정을 가져라. 모든 이에게 예의를 갖춰라." 이런 말도 잊지 않았다. "서울대는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교육 예산에서 많은 지원을 받는다. 이에 걸맞은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대학 첫 걸음의 신입생에게 던진 축하 인사가 이들 단체장에게 딱이다. 국민 세금으로 지난 세월 뭘 했는지, 주민을 위했는지 자신을 위했는지, 오만과 특권 의식은 없었는지, 주민에게 예의는 갖췄는지, 책임은 다했는지, 주민에 대한 애정은 가졌는지를 단체장의 자리를 잊고 되돌아봄이 먼저다. 무슨 말로 포장하더라도 우리는 안다. 오로지 자신의 잇속만 챙길 꿍꿍이만 가득 차 있을 뿐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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