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란·왜구의 침입·약탈 막기 위해
적상산 중턱 8㎞ 이르는 성곽 둘러
임진왜란 후엔 조선왕조실록 보관
안국사에 史庫 지키는 임무 부여
덕유산을 품고 있는 청정지역 무주는 무진장(무주'진안'장수)이라 불리는 전라도 오지 중의 한 곳이다.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무주 구천동계곡을 품은 고장이기도 하다. 무주 구천동계곡은 설천면과 무풍면 암벽을 뚫어 만든 나제통문(羅濟通門)에서 덕유산 국립공원 중턱 백련사까지 28㎞에 이르는 맑은 물과 기암괴석, 송림이 아름다운 계곡이다. 오늘은 적상산성, 안국사, 적상산사고로 이른 봄 여행을 떠난다.
◆천혜의 요새, 적상산성(赤裳山城)
무주양수발전소 홍보관을 지나서 왼편 꼬불꼬불한 산길을 15㎞ 오르면 산정호수 우측에 적상산성이 있다.
적상산성은 해발 1,029m 적상산 중턱에 돌로 쌓은 성곽으로 둘레가 약 8㎞이다. 거란병과 왜구들이 침입하여 약탈을 일삼을 때 여러 고을의 주민들이 산성에서 난을 피하여 목숨을 보전하였다. 사방에서 물이 흘려들어 사람이 살기에 충분한 입지 여건을 갖춘 곳이다. 멀리서 보면 산 모습이 마치 붉은 치마를 두른 듯하여 적상산(赤裳山)이라 부른다.
'신동국여지승람'에는 '옛날 사람들이 이 산의 험준함을 이용하여 성을 만드니 겨우 두 줄기 길로만 오를 수 있을 따름이다'고 표현했을 정도로 적상산은 지리적 이점이 뛰어난 요새의 기능을 하고 있다. 산성 안은 평탄하고 넓다. 현재 성벽은 안국사 앞쪽만 일부분 남아 있다. 조선의 멸망과 함께 산성은 제 역할을 잃고 흔적만 조금 남아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사고(史庫) 수호사찰, 안국사(安國寺)
적상산성 안에 있는 안국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인 금산사의 말사이다.
1277년(고려 충렬왕 3년)에 월인(月印)이 창건하였다는 설과 조선 태조 때 무학대사가 복된 땅인 적상산에 성을 쌓고 절을 지었다는 설이 있다. 무주읍지인 '적상지'에 따르면 임진왜란 후 적상산에 사고(史庫)가 들어서면서 호국사와 더불어 사고를 지키는 수호사찰이 되었다. 조선왕조가 끝날 때까지 수호사찰의 임무를 담당했다. 적상산성 안에는 산성사, 보경사, 상원사, 중원사 등 여러 절이 있었다고 전하나 지금은 안국사만 남아 있다. 1988년 양수발전소 산정호수 조성에 따라 수몰 위기에 처하면서 현재 자리로 이전되었다.
일주문을 지나 긴 계단을 오르면 누문인 청하루가 나오고 곧이어 본전인 극락전을 마주한다. 극락전에는 서방극락정토의 아미타여래와 관음보살, 대세지보살을 봉안하고 있으며 무량수전이라고도 부른다. 극락전 안에는 보물 제1267호인 괘불(掛佛)이 모셔져 있다. 1728년(영조 4년)에 조성된 괘불은 높이 10.75m, 너비 7.25m이다. 천재지변을 몰아내는 괘불로 이 고장의 신앙물로 전해지고 있다. 표면은 비단, 뒷면은 마(麻)로 되어 있다.
◆적상산사고(赤裳山史庫)
조선시대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는 임진왜란 전에는 춘추관'성주'충주'전주사고 등 4대 사고 체제였으나, 임진왜란 이후에는 5대 사고 체제로 변했다. 도시에 보관한 사고는 전쟁과 병화에 노출되었을 때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춘추관사고를 제외한 모든 사고는 깊은 산중으로 자리를 옮겼다. 후반기 5대 사고는 춘추관'태백산'오대산'정족산'적상산사고로 정리되었다. 비교적 안전한 적상산사고는 1618년부터 실록을 안치하기 시작하여 1633년에 완료했다. 사고가 설치되자 사고의 수호와 산성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승병을 모집하고 산성을 수축하는 한편 안국사로 하여금 사고를 지키는 임무를 맡겼다. 현재는 1997년 선원각을 복원하기 시작한 이후로 1998년 실록각 등이 복원되어 당시 실록의 복사본, 크기, 운반, 임금의 행차 등 실록과 관련된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사고 곁에는 잔잔한 산정호수가 있다. 호수 주위를 산책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산정호수 끝 지점에는 큰 전망대가 있고 전망대에 오르면 눈 아래 펼쳐진 유려한 산하와 운해가 장관을 이룬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1988년 무주양수발전소 건설 당시 굴착 작업용 터널을 활용하여 만든 '머루와인 동굴체험장'도 둘러보면 좋다. 머루와인 동굴체험장은 안국사 오르는 산 입구 왼쪽에 있다.
*가는 길: 대구→경부고속도→영동→무주→안국사(소요시간 약 2시간 10분)
*무주리조트: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를 개최했던 사계절 종합휴양지이다. 스키장, 골프장을 비롯해 각종 오락시설, 호텔, 콘도미니엄, 상가가 잘 갖추어져 있다. 리조트 내에 있는 관광곤돌라를 이용하면 덕유산 향적봉(해발 1,520m)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다.
*무주전력홍보관: 무주양수발전소(http://www.khnp.co.kr)는 적상산 위의 상부 저수지에서 산 아래 하부 저수지로 물을 떨어뜨려 발전하는 양수발전소이며, 60만㎾의 시설 용량을 갖추고 있다. 발전소 인근에 전기와 전력산업에 대한 갖가지 전시를 하는 무주전력홍보관이 있다.
*무주리조트 입구에 있는 '시골사랑 깊은골' 식당은 뜨끈한 국물이 일품인 해장국 전문집이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각 재료의 깊고 진한 맛을 느낄수 있는 맛집이다. 해장국 1인분 8천원. 063)322-1177.
leesh06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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