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성주 "예상했지만…너무 빨라 불안" 김천 "전자파 걱정, 이사 가야할 판"

불안감 커진 성주·김천 주민들

미군이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를 본격화하자 사드 배치 터인 성주골프장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8일 오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사드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주민 500여 명은 골프장 정문 삼거리까지 행진을 한 뒤 경찰과 대치하다가 자진 해산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미군이 우리나라에 사드 배치를 본격화하자 사드 배치 터인 성주골프장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8일 오후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들이 사드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주민 500여 명은 골프장 정문 삼거리까지 행진을 한 뒤 경찰과 대치하다가 자진 해산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부가 한국에 도착했고 성주 인근 부대로 옮겨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성주'김천 지역 사드 반대 주민들은 당혹스러운 가운데 사드 배치 반대 힘을 모으기 위해 전국적 연대를 시작했다. 대규모 시위를 준비 중인 가운데 물리적 충돌 가능성마저 커지고 있다.

◆성주에선 18일 대규모 반대 집회 계획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와 김천대책위, 원불교 등 반대 단체들은 성주 초전면 소성리에 상황실을 설치하고 사드반대 대경대책위, 부산'울산'경남 대책위, 전국행동 등과 연대투쟁에 돌입했다.

반대 단체 및 주민 등 400여 명은 8일 오후 성주골프장 앞 소성리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고 골프장 입구까지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들은 18일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사드 부지 성주골프장(성주군 초전면) 입구인 소성리 마을 주민들은 "6월 이후쯤에나 성주골프장에 사드가 배치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너무 빨리 진행된다.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반대 단체들은 매일 밤 성주군청 공용주차장과 김천역 촛불집회, 소성리 마을회관 앞 시위를 계속하며, 사드 장비의 육로 이송 차단에 집중하는 한편 대선주자들의 대책안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8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반대 단체를 포함해 사드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회 등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장관 등 국방부 관계자 4명을 직권남용'직무유기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들은 ▷한 장관이 권한 없이 실제 사드 배치를 지시해 직권을 남용했고 ▷사드 배치는 한국 영토에 새 무기체계를 도입하고 한국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일이며 한미상호방위조약상 주한미군의 주둔 목적을 넘어서기 때문에 국회 동의가 필요하며 ▷정부가 사드 배치 지역 인근 성주'김천 주민들의 의견을 구하는 절차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천혁신도시 주민들, "불안해서 이사 가야 할 판"

김천 시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여론도 들끓고 있다. 그동안 200일간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해온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는 8일 방송인 김제동 씨를 초청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시민 1천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더불어 외부단체의 참여도 두드러진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 집회에서 한 축을 담당했던 평화통일을 여는 사람들을 비롯해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 원불교, 사드반대 전국행동, 사드반대 대경대책위, 부산울산경남 대책위 등 많은 단체들이 촛불집회에 동참했다.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사드 레이더가 배치되는 성주골프장과 인접한 농소면 주민들과 김천혁신도시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본사를 김천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전력기술 직원 A씨는 "가족 중에 어린아이들이 있는 젊은 직원들의 동요가 심하다"며 "일부 직원들은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거주지를 옮기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불안한 마음을 전했다.

농소면 주민 B씨는 "미군이 이렇게 신속하게 사드를 들여올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며 "성주골프장 사드 배치 이야기가 나온 뒤로 마을의 토지 거래가 거의 중단됐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싶어도 집과 땅을 팔 수조차 없다. 이제는 사드가 못 들어오게 몸으로라도 막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동안 사드 배치 반대 촛불집회는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연과 율동 등 평화적인 시위 형태를 보여왔지만 일부 시민들이 '몸으로라도 막자'는 주장을 펴면서 물리적인 충돌 가능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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