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새 학기에도 중금속 범벅 우레탄 트랙 달리는 학생들

중금속이 검출된 우레탄 트랙을 신속히 교체하겠다는 교육 당국의 호언과 달리 학교 현장에서는 시설 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금속 범벅인 우레탄 트랙이 방치되면서 봄철 신학기를 맞아 등교한 학생들은 여전히 건강을 위협받고 있으며 운동장 사용상의 불편도 장기화하고 있다.

우레탄에서 배출되는 납'카드뮴 등 중금속과 환경호르몬은 사람의 신경 및 면역계에 치명적 손상을 주고 과잉행동장애(ADHD)를 일으킬 수 있는 유해물질이다. 경북에서는 우레탄 트랙이 있는 학교 180곳 가운데 126곳에서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대구에서는 우레탄 트랙이 있는 134곳 가운데 96곳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학생들이 중금속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소식에 화들짝 놀란 교육 당국은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최대한 신속히 우레탄 시설 철거 및 교체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약속은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구에서는 2월 말 현재 21개교만이 우레탄 트랙을 걷어냈다. 경북에서는 지난 1월 말 현재 7곳에서 철거가 마무리돼 교체율이 5.6%에 그쳤다. 교육청으로부터 예산을 받아놓은 교육지원청이 학교에 예산을 제대로 내려 보내지 않은 지역도 있다.

우레탄 트랙 철거가 지지부진한 것은 상당수 학교들이 적극적으로 서두르지 않는 데다, 강화된 KS 기준에 맞는 자재마저 조달청에 아직 등록되지 않는 등 교체 추진 환경이 여의치 않아서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학교에서는 우레탄 트랙을 덮개로 덮거나 안내문을 붙이는 방법으로 사용 금지 조치만 하고 있어, 학생들이 신학기를 맞았음에도 운동장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 기약 없이 늘어지고 있다.

문제는 우레탄이 학교 운동장 말고도 배구장'농구장 등 다목적 운동시설과 어린이집'유치원 등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 당국이 이런저런 핑계로 우레탄 교체를 미루는 사이 지금도 유해 중금속은 아동들과 학생들의 건강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다. 교육 당국은 가용 자원을 아끼지 말고 동원해 우레탄 트랙 교체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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