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줄줄 새는 포항시 예산] 수십억 투입 고사분수·도음산 드라마 세트장 결국 철거

공공시설물 건설·운영 과정 시민들 혈세 허투루 사용 꼴, 지갑 얇아지는 서민들 허탈

부실시공으로 인해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만인당. 배형욱 기자 pear@msnet.co.kr
부실시공으로 인해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는 만인당. 배형욱 기자 pear@msnet.co.kr
영일대해수욕장에 설치돼 철거된 고사분수. 포항시 제공
영일대해수욕장에 설치돼 철거된 고사분수. 포항시 제공

포항시가 공공시설물을 건설, 운영하는 과정에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가뜩이나 경기불황으로 시민들 지갑이 얇아지는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세금을 허투루 사용하는 꼴이 되고 있어 시민들도 상대적인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포항시는 애초 시민들을 위해 공공시설물을 건설, 운영한다는 취지였지만 잘못된 공사와 관리감독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예산이 새나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영일대해수욕장 고사분수도 바닷속에 시설물을 설치하기 때문에 염분에 의한 부식 현상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해 철거, 수십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져 버렸다. 도음산 드라마 세트장도 졸속으로 추진돼 시의회로부터 지적을 받았지만 그대로 강행, 드라마 촬영이 끝나자마자 안전진단 검사에서 재난위험시설 등급을 받아 결국 수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철거했다. 시민들의 체육시설로 건설된 만인당도 공무원의 잘못된 행정으로 말미암아 부실시공으로 이어져 20억원이라는 보수 비용이 투입될 예정이며, 그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도 예상되고 있다.

포항시가 한국환경공단에 공사를 맡긴 음폐수병합처리시설도 설치한 지 수년이 지나도록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어 해마다 수억원의 예산이 추가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포항시가 한국환경공단에 책임을 물어서라도 투입된 예산을 회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휘 바름경제정의연구소장은 "가계 수입의 급격한 감소와 더불어 포항시 재정 중 지방세 수입도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포항시의 방만한 예산과 불필요한 소모성 예산 등에 대한 규제와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한 시점이다"며 "특히 미숙한 행정으로 인한 예산 낭비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복합 체육시설 만인당

포항시가 70억원을 들여 2013년 7월 개관한 복합 체육시설인 만인당(萬人堂)의 부실 공사도 논란거리다. 수십억원이 투입됐지만, 막상 개관 후 곳곳에서 부실공사가 드러남에 따라 보수공사를 위한 시민 혈세가 추가로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만인당은 지난해 국무조정실 부패척결단의 점검 결과, 설계부터 여러 잘못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반도 벌써 3㎝가량 침하돼 있으며, 시가 한국지반공학회에 건물 점검 용역을 맡긴 결과 앞으로 36년간 34㎝가 더 침하될 것으로 나타났다. 자칫 돈만 삼키는 애물단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인당의 문제는 처음부터 잘못된 판단을 바탕으로 공사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먼저 Sa~Se까지 5개 지반 등급 중 만인당 부지는 가장 낮은 Se(연약한 토사 지반) 등급이지만, 해당 공무원은 이보다 한 단계 높은 Sd(단단한 토사 지반) 등급으로 표기해 이를 기준으로 건물을 설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처럼 약한 지반임에도 지반을 튼튼하게 하고, 수평력 유지를 위해 사용해야 할 모래'자갈 등이 아닌 잡석으로 땅을 다지도록 한 것도 감사에서 확인됐다.

포항시는 전체 보수 예산을 20억원으로 잡고 포항시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20억원으로 보수하더라도 추가하자 발생 예방을 장담할 수 없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김일만 포항시의원은 "공무원이 처음부터 내 집 일처럼 꼼꼼하게 점검했더라면 부실시공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결국 부실 탓에 시민 세금 수십억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고 했다.

◆음폐수병합처리시설

포항시 음폐수병합처리시설도 수년째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2011년 남구 호동 음식물쓰레기 처리업체인 영산만산업 인근에 음폐수병합처리시설을 건설하려고 한국환경공단과 낙찰금액 69억7천만원에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환경공단은 지난 2012년 12월 공사가 완료돼 2013년 1월부터 시운전을 거쳐 2013년 8월부터 정상 가동해야 하지만 법적 보증수질을 맞추지 못해 2013년 9월 또다시 시설 정상화를 위해 18억7천100만원의 예산을 추가로 들여 시설개선공사를 시행했다.

한국환경공단은 이 과정에서 냉각설비와 산기관 교체 등 보완공사 이후에도 시설이 정상가동되지 않으면 모든 사항에 대해 법적, 경제적 책임을 진다는 성능보증 확약서까지 작성했으나 현재까지 보증수질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음폐수처리비용으로 시민 혈세가 지난해 4억6천여만원이 지급됐고, 올해는 5억2천800만원이 책정된 상태다.

음폐수처리의 핵심이 되는 부유물질(SS)의 경우 공사 당시 3만4천ppm으로 설계돼 발생 음폐수 평균치 7만3천ppm를 훨씬 밑돌고 있어 근본적으로 수질보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어서 앞으로 예산이 얼마나 더 들어갈지 미지수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고사분수

영일대해수욕장의 명물인 고사분수가 설치 10년 만에 철거됐다. 포항시가 볼거리 제공을 위해 지난 2007년 16억원을 들여 설치했지만, 설치 후 유지관리에 해마다 수천만원을 쏟아붓고도 부식 등으로 말미암은 고장이 반복되면서 애물단지가 됐다. 수면에서 최고 50m까지 물줄기를 뿜어내는 영일대해수욕장 고사분수는 2008년에는 유명 TV 오락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고 포항국제불빛축제의 배경으로 이용되면서 지역 명물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분수는 핵심부품인 수중모터 등이 염분으로 인한 잦은 고장을 일으키다가 2015년 8월부터는 가동을 멈춘 데 이어 7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해 12월 7일 철거했다.

포항시는 이때까지 고사분수 유지'보수에 매년 7천만~9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지금까지 6억7천600만원을 쏟아부었다.

고사분수가 해상에 설치돼 염분으로 인한 부식으로 수조 펌프 등의 고장이 충분히 예상됐지만 이를 설치한 후 분수마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결국 수십억원의 혈세를 쏟아부은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분수 재가동을 위해 핵심 부품을 교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과 앞으로 유지'보수에 필요한 예산이 최소 50억원에 이른다는 전문가의 진단에 따라 철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도음산 드라마 세트장

재정 낭비 논란을 부르며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졌던 드라마 세트장은 예산 낭비의 전형으로 꼽힌다. 포항시가 지난 2013년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불꽃 속으로' 제작을 위해 15억원을 들여 도음산 수련원 내에 만든 옛 청와대 세트장이다.

드라마는 애초 KBS에서 '강철왕'이란 제목으로 제작해 방영하기로 했으나 정치적 논란이 일어 불발됐다. 당시 방송 계획이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드라마 제작사와 협약을 맺은 포항시는 세트장을 착공도 하기 전에 비용부터 지급, 포항시의회 등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후 1년 뒤 종합편성 채널을 통해 '불꽃 속으로'란 제목의 20부작으로 방송했으나 저조한 시청률로 종영했다. 이어 세트장 부실공사 논란이 이어졌으며 구조안전진단 결과, 재난 위험시설인 E등급을 받음에 따라 국민안전처에서 철거 명령을 내렸고, 포항시도 지난해 9월 29일 철거했다. 철거에 6천만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어갔다.

이에 따라 막대한 시 재정을 투입하고도 결국 철거함에 따라 책임 규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박희정 포항시의원은 "사업을 할 때는 어느 정도 공익에 기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서 파급 효과가 얼마만큼 크게 일어날 수 있는지 항상 깊이 고민을 해야 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예산 낭비 사례가 자꾸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책임소재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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