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가 코앞이다. 내일이면 인용이든 기각이든 역사의 한페이지가 쓰여진다. 냉정하게 법리적으로 보자면 '기각'의 가능성도 있겠지만, 최순실에게 휘둘려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한 국민의 큰 실망이 헌법재판관들에게도 '인용'의 압박으로 다가온다. 일단 어떤 결정이 나든 수용하자. '기각'이 되면 촛불 세력에겐 부조리할 것이고, '인용'이 되면 태극기 세력에게 불합리할 것이다. 5월 대선에서 문재인 전 의원이든 황교안 국무총리든 누구든 당선되면, 그 대통령을 앞에 세우고 대한민국의 국익과 실리를 챙기면 된다.
어차피 부조리한 세상 아닌가. 현 대한민국의 국내'외 정세에서 '정의', '평화', '평등', '박애', '희생' 등은 이상을 향한 부질없는 외침일 지 모른다. 대선주자를 필두로 정치인들은 밥 먹듯이 '정의가 물결처럼 흐르는 나라'(어사 박문수가 죽기 전 영조에게 보낸 편지 내용)를 외치지만,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거쳐 그런 시절이 있었나 반문하고 싶다. 대학시절 읽었던 알베르 카뮈의 명작 '이방인'이 떠오른다. 카뮈는 '삶의 부조리'를 파헤침으로써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다. 한 개인의 삶 속에서도 '자승자박'(自繩自縛), '표리부동'(表裏不同), '이율배반'(二律背反), '자가당착'(自家撞着), '자기모순'(自己矛盾) 등 한마디로 '자기 눈알을 자기가 찌르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일개 개인도 이럴진데, 우리 사회에는 모순이 얼마나 많겠는가. 한 국가는 더 말해봐도 입이 아플 정도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사랑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빈소(장례식장)에서 한없이 흐느끼다 검은 드레스를 예쁘게 차려입은 단아한 여인에도 충동적 성욕을 느껴, 상 중임에도 해변가 호텔에서 그 여인과 잠자리를 한다. 이런 극단적이고 이중적인 감정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 가족 내에도 생명 탄생과 죽음의 세계는 정돈이나 질서를 찾을 수 없다. 예고없이 찾아오고, 또 한 사람의 운명이 일순간이 바뀌는 일도 허다하다. 인간의 부조리한 삶 속에는 '정의'나 '법치'의 원리로 작동하지 않는다.
대선주자들도 '정의'를 향한 허황된 구호나 외침보다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이 살 길'을 찾는 편이 국민들에게 더 와닿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남북으로 분단된 상황에서 4대 강국(미국-중국-일본-러시아)의 입김(일종의 내정간섭)에 휘청거리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대선주자 중에는 '얄박한(?) 실리외교'에 대한 플랜을 선보이는 편이 '정의'를 향한 허황된 정치공약보다 보다 현실적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부조리는 사실상 끝을 모르고 달리고 있다. '돈도 실력이다'(온 국민을 분노케했던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말)는 천민 자본주의는 인간 존엄성 말살과 함께, 걸배이('거지'의 비속어 사투리)와 배부른('부자'의 다른 표현) 계층을 완벽하게 딴 세상에 사는 부류로 고착화시키고 있다. 법조계와 의료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어떤 분야에도 '돈'에 의한 실력행사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계층 간의 이동을 자유롭게 하는 사회적 제도인 '사다리'도 뿔라진 지('고장났다'의 경상도 방언) 오래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는 이미 요단강을 건너가고 있다. 그저 개천에는 미꾸라지만 득실거릴 뿐이다.
다시 정치로 돌아가자. 12월 대선도 좋지만, 현 분위기로 봐서는 아무래도 5월 대선이 유력할 듯하다. 그렇다면 이 부조리한 대한민국을 '정의로운 나라'로 만들어 줄 최상의 대선후보가 아니라도 좋다. 현실의 부조리함을 인정하고, 조금이나마 정책적으로 개선할 의지를 갖고 있는 후보들의 의지와 생각만 엿보자. 단순하게 생각하고, 그저 차선책이 될 만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자. 그리고 정치에서 이제 한발 물러설 때가 됐다. 그동안의 높은 기대가 얼마나 큰 실망으로 뒤바뀌었나. 정치인이 묵묵히 나라를 위해 소신껏 일하도록 먼 발치에서 지켜보고, 서민들은 생업에만 전념하는 편이 대한민국 발전에 도움이 될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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