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만난 한 중앙부처 공무원은 청와대 주인이 바뀌면 앞으로 바람이 많이 불 것 같아 고민이라고 했다. 인사 태풍을 염두에 둔 말인 듯했다.
이 공무원의 말처럼 지금 여론조사 지지율을 놓고 보면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보수정당이 재집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상당수 보수정당 국회의원들조차 이 말에 동의한다. 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이렇게 엉망으로 해놓고 또 정권 달라는 소리를 하면 양심 없는 짓"이라는 얘기까지 내놨다.
여론을 종합해보면 대세론을 업은 채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의도에서 마포대교를 건너 서울시청 앞 광장까지는 다다른 것처럼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진보정권 10년이 끝난 뒤 대세론을 만들어냈던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 당시 대통령 후보의 사례를 본다면 별 이변이 없는 한, 문 전 대표가 청와대로 들어올 가능성이 지금은 가장 커 보인다.
문재인 캠프의 축포가 곧 터질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7일 탈당을 공식 선언하면서 문 전 대표 곁을 떠났다. 지난해 1월 중순 당시 문 당 대표의 '삼고초려' 끝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뒤 민주당에 몸을 담게 된 지 13개월여 만에 당을 떠난 것이다. 지난해 총선 국면에서 자신을 영입한 문 전 대표와 '공동운명체'를 이뤘던 김 전 대표는 당을 떠나며 강한 어조로 문 전 대표를 겨눴다. "남이 써준 공약을 줄줄 읽는 대선주자는 나라를 끌고 갈 수 없다"고. "정권교체가 나라의 변화에 크게 작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전 대표의 말처럼 문 전 대표가 남이 써준 공약을 줄줄 읽는 앵무새 정치인인지, 대통령이 된 뒤 나라의 변화에 이바지하지 못할 것인지 확인할 길이 없다. 기자는 물론, 우리 국민들 대다수가 그러할 터.
그러나 분명한 것은 누가 청와대로 들어오든 슈퍼맨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깨끗한 정치인'의 상징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일어난 일을 보면서 대다수 국민들이 깨친 사실이다.
프랑스 드골, 미국의 아이젠하워 등 서구 민주국가에도 한때 영웅적 지도자가 있었다. 하지만 갈수록 복잡해지는 사회체계 내에서 개인의 역량에 기대는 영웅적 리더십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우리 정치권도 이를 잘 알고 있고, 30년 된 헌법을 고쳐 분권형 국가를 만들자는 논의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와대에 들어왔던 대통령들의 비극 시리즈를 마감할 제도적 묘안부터 찾아야 한다. 인물은 그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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