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항시의 예산 낭비 악순환, 백서로 남겨 반면교사 삼자

포항시의 여러 시설이 부실 행정 탓에 수십억원의 아까운 예산만 낭비한 채 철거되거나 또다시 보수로 큰돈을 들이는 등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사정이 이런 지경에 이르렀지만 마땅한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예산 낭비 행정이 되풀이되는 까닭이다.

먼저 2013년 7월 70억원을 들여 개관한 복합체육시설인 만인당(萬人堂)의 사례다. 포항시는 부실 공사로 안전성이 문제가 되자 20억원을 들여 보수키로 했다. 보수해도 추가 하자 발생 예방을 장담할 수 없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직원 2명이 견책의 징계를 받았지만 포항시는 돈 먹는 하마 시설을 그냥 두고 사용하기로 한 셈이다.

음폐수병합처리시설도 문제다. 2011년 69억7천만원으로 공사를 시작, 2013년 1월부터 가동키로 했지만 법적 보증수질을 못 맞춰 2013년 9월 18억7천만원을 더 들여 시설 개선 공사를 했지만 여전히 부실로 놀리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시는 음폐수처리를 위해 4억6천만원을 지출했고 올해도 5억2천만원을 책정한 채 손을 놓고 있다.

2007년 16억원을 들여 설치해 해마다 7천만~9천만원의 유지관리비가 들어간 영일대해수욕장 고사분수는 잦은 고장 등으로 2016년 12월 7천만원을 들여 철거했다. 그동안 유지관리비로만 6억7천만원을 날렸다. 2013년 15억원으로 지은 드라마 제작용 시설도 여러 문제에다 재난위험 등급 판정을 받아 지난해 6천만원을 들여 없앴다.

이런 예산 낭비가 되풀이되는 것은 무책임 행정 탓이다. 앞 사례에서 만인당 외에는 처벌받은 직원이 없는 것이 증거다. 눈치 보는 단체장의 나약한 의지도 문제다. 책임을 묻지 않아서다. 지방자치 20년의 검은 그림자이다. 끝까지 업체에 책임을 따지지 못하는 포항시의 병폐도 한몫을 한다. 공사를 둘러싼 뭇 의심을 살 만하다.

과제는 분명하다. 부실 행정에 대한 엄정한 책임이다. 선거를 의식 않는 단체장의 의지도 필요하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 않고 반면교사로 삼기 위한 부실 행정의 백서 발간도 있다. 부끄럽지만 포항을 위해서다. 그리고 이를 실천해야 한다. 포항은 경북 최대 도시이니 파급효과도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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