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근혜 대통령 파면] "부정부패 끊어낼 개혁 열쇠, 대한민국 역사의 변환점"

대구경북 시도민 반응…"헌법 위반하면 누구라도 탄핵, 잘못된 사고방식 끊는 계기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 10일 대구 동성로에서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 10일 대구 동성로에서 '박근혜 퇴진 대구시민행동'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갖고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끈 것은 광장의 촛불 민심이었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조문을 외치며 지난해 10월 29일 켜지기 시작한 촛불은 133일간 불을 밝혔고, 연인원 1천600만 명의 기록을 썼다. 처음 2만여 명의 손에 밝혀진 촛불은 특검 도입과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논의와 함께 점차 커져 12월 3일 232만 명이라는 역대 단일 집회 최대 인원을 기록했다.

광장에 나온 촛불 시민들은 세대와 지역, 이념을 초월했다. 특정집단에 편향되지 않은 평범한 시민들이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들은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나라,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를 소망했다. 광장에 나오지 않은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도 촛불 시민들과 다르지 않았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에 따르면 다수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촛불집회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3%에서 30%를 차지했고 촛불집회를 지지하는 국민들은 70~80%에 달했다.

대부분 국민들은 이번 대통령 탄핵이 정치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이자 정경유착, 권력남용, 부정부패를 끊어낼 개혁의 열쇠이며 대한민국 역사의 큰 반환점이라고 평가했다.

장명수(60'경산시 남부동) 씨는 "앞으로는 누가 대통령이 돼도 국정 농단이나 헌법 위반 행위를 하면 바로 탄핵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만연한 부정부패를 적당히 용인해 주는 온정주의가 세상을 병들게 했다. 예전의 잘못된 사고방식과 의식을 과감하게 끊어버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박모(61'경주시 동천동) 씨는 "헌법재판관 8명 중 3명의 반대 정도로 기각될 줄 알았는데, 전원일치 인용 판결을 내린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생각을 잘 읽었다는 뜻이다. 헌법재판소 판결에도 불구하고 태극기를 들고 불복종 시위를 벌인다는데 더이상 태극기를 모독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이영광(54'울진군 죽변면) 씨는 "시국이 계속 시끄러웠는데 이제 결론이 난 것 같아 반가울 정도다. 지역에서도 위정자들이 정신을 차리고, 이들을 감시할 건전한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상황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미래지향적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영우(58'영천시 완상동) 씨는 "헌재 판결에 수긍이 간다. 대통령이 법을 위반해 슬프고 안타깝다. 헌재 결정을 수용하고 국민통합에 적극 나서야 한다. 하루빨리 안정을 되찾아 서민경제가 살아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승우(55'청도군 청도읍) 씨는 "막상 탄핵 인용 판결이 나오니 안타깝다. 재판관 전원일치도 놀라웠다. 그만큼 사안이 위중했다고 본다. 이젠 정치권이 국정 공백에 대한 국민 불안감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의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안타깝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국민 대화합을 위해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김운길(64'포항시 북구 우현동) 씨는 "탄핵 인용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법치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보수층이라도 불복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이번 일을 딛고 국민 화합에 위정자들과 언론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주부 A(47'구미시) 씨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보면서 대통령은 당연히 탄핵받아 마땅하다는 생각에 변함 없었고, 최근 들어 탄핵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혹시 기각되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 그러나 막상 내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탄핵되고 보니 안타깝고 불쌍했고, 가슴이 찡해 눈물도 흘렸다"고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