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부의 니스 축제에 다녀왔다. 니스는 매년 2월이 되면 꽃마차와 거대 인형 등 화려한 볼거리로 카니발을 준비하여 세계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작년 8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니스 해변에서 일어났던 트럭 테러 후유증 때문인지 다소 차분한 분위기였다. 축제 기간 동안 인근을 돌아보며, 유럽의 낭만적인 풍물과 예술가들의 흔적에 취해보기도 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전체가 테러와의 전쟁 중이라는 사실이었다.
니스 공항에 내리자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중무장한 경찰은, 공항을 벗어나도 도시 곳곳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권총을 허리에 차고 장총은 어깨에 멘 전투복 차림의 경찰들은 코발트 빛 지중해 해변에도, 중세 유럽 골목에도, 버스정류장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풍경에 익숙해진 지 오랜 듯 시민들은 그들의 존재에 무덤덤해 보였다.
퍼레이드 행사장이나 공공장소에 들어가기 위해서 몇 차례의 신체와 소지품 검색을 받아야 했는데, 이런 검문검색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이웃 모나코와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실정이었다. 모나코 시내에서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에 들어가려고 하자 신분 검색을 하고 몸수색을 했다. 야외 카페라서 바로 옆으로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왕래하고 있는데, 이 수색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싶었지만 규정에 따라 소지품을 다 풀어 보여 주었다. 또 니스로 돌아오는 밤 열차에서는 승객과 승무원 사이에 열차표로 인해 실랑이가 벌어졌는데, 순식간에 대여섯 명의 무장 경찰들이 달려왔다. 야간열차 안에도 안전 유지를 위해 무장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럽의 경찰들이 이토록 긴장하는 것은 최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 인한 테러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무슬림 이민자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중 프랑스는 유럽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국가로 국민인구의 8%가량인 600만 명에 이른다. 이들 이민자들은 기존 유럽인들에 비해 가난한 소외 계층을 형성하기 때문에, 그중 일부는 IS와 같은 과격 근본주의자들과 접촉하며 자발적 테러범이 되어, 유럽 곳곳에서 끔찍한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
유럽의 이런 모습들을 보며, IS 못지않은 테러를 감행하는 북한과 맞닿은 우리가 이렇게 안일하게 지내도 되는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복형을 암살하고 미사일을 들고 위험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북한의 최우선 공격 대상은 바로 남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럽처럼 경찰이 골목 구석구석까지 테러 정찰을 다녀야 하는 날이 오지 않도록 철저한 테러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금 세계는 한국의 맞불 시위나 탄핵 결정보다 김정은의 광적 행보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탄핵 심판의 소용돌이 속에, 우리 경찰은 주말마다 광화문과 대한문 광장에서 총칼 대신 촛불과 태극기를 들고 으르렁거리는 시민 항전을 진압시키기 위해 동원되었다. 그러나 더 이상 경찰이 집안 싸움을 말리기 위해 출동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에 따르고 촛불도 끄고 태극기도 내려놓아야 할 때다.
프랑스의 열차 안, 어디선가 우리나라 케이팝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금발의 여고생들이 케이팝을 들으며 곡에 맞추어 고개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지구촌 한 모퉁이의 자그마한 한국, 전쟁 폐허 속에서 기적을 일구며 세계인의 존경과 박수를 이끌어 낸 우리나라가 자랑스럽고 대견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어서 속히 온 국민이 한데 모여 "대한민국"을 외치며 한마음이 되는 날이 오기를 꿈꾸어 보았다. 2002년 월드컵을 응원할 때처럼. 벙긋거리는 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통일 한반도의 광화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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