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며칠 전 백화점에서 아이를 야단치는 엄마의 모습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엄마는 격앙된 목소리로 아이를 다그치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무슨 얘기를 하는지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상황은 이러했다. 엄마가 쇼핑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아이를 여러 번 불렀지만 반응하지 않자 목소리를 더 높였고 그래도 오지 않자 직접 다가가서 붙잡고 왜 말을 듣지 않느냐고 화를 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평소 궁금한 것을 못 참고 특히 이런 부모와 아이 문제만큼은 더욱 그러기에 엄마에게 다가가서 이유를 물어보았다. "평소에도 항상 그래요." "여러 번 큰소리로 얘기해야만 겨우 듣는 걸요." 이번엔 아이에게 물었다. "왜 엄마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아이의 대답을 듣고서야 비로소 이해가 되었다. "듣긴 들었는데…." 고개를 푹 숙이고 말끝을 흐리는 아이는 위축되어 있었고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의 지시사항을 여러 번 얘기해야만 알아듣는 아이들을 종종 보게 된다. 과연 이 아이들은 청력의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왜 잘 알아듣지 못하는 것일까? 먼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청력과 청취(Listening)기능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청력은 소리를 깨끗하게 들을 수 있는 정도를 말하지만 청취기능은 귀로 들어온 음성정보를 분별하고 분석해 이해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학생이 수업시간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따르지 못하는 것은 청력이나 인지기능의 문제가 없다면 청취기능의 문제 때문이다. 특히 학교는 언어를 통해 수업을 하기 때문에 청취기능은 다른 감각기능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청취기능이 나쁜 학생들은 인지기능이 아무리 좋아도 학습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청취기능 이상 문제는 잘 알려져 있지도 않지만 안다고 하더라도 정확하게 들었는지 측정이 어렵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간과되기 쉽다. 음성정보가 귀로 들어와서 전두엽에서 단어나 이미지로 인식될 때까지 전 과정을 '중추 청각 정보 처리 기능'이라고 하는데 언어중심의 교육시스템에서는 학습을 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이다.
이 기능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자세가 좋지 않고 잘 들으려 하지 않는다 ▷유사한 음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주변의 소음에 주의가 쉽게 흐트러진다 ▷지시사항을 듣고 금방 잊어버린다 ▷듣고 답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말을 할 때 명확하게 말하지 못하고 주저하거나 웅얼거리고 표현에 자신이 없다 ▷주로 음악을 틀어 놓고 공부하길 좋아한다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음성정보가 고막을 거쳐 나선형, 달팽이 모양의 와우(Cochlea'달팽이관)로 들어오면 처음에는 음성정보를 진폭과 주파수의 차이로 구별하게 된다. 이 음성정보는 소리에 진동해 이런저런 모양의 방향으로 굽어지는 약 1만5천 개 정도의 섬모의 움직임에 의해서 전기적 신호로 바뀌어 대뇌에 전달된다. 이때 와우에서 음성정보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면 유사한 음을 구분하지 못하거나 듣고도 금방 잊어버린다. 또 반복해서 지시를 해주어야 하거나 발음의 부정확 등의 문제가 생긴다.
언어 표현상의 문제도 대개 정확하게 듣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언어발달의 민감기인 1~3세 사이에 중이염을 심하게 않은 아이들이 학습장애가 발생하기 쉬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시 말해 중추 청각 정보처리 과정인 음성인식→주변소음 구분기능→순차적 정보처리기능→순차적 청각기억→청각적 이해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을 돕기 위해선 먼저 정확히 지시사항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질문이나 지침을 메모해서 전달하거나 지시사항을 들은 즉시 바로 반복하게 함으로 제대로 들었는지 확인한다. 말로 어떤 사항을 전달하기 전에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신호를 먼저 보내거나 직접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하고, 얘기를 가까이서 하거나 필요하다면 적거나 녹음을 허용하여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이다. 전문적인 방법으로는 음성의 주파수와 톤 차이를 빠르게 구분할 수 있는 특수한 장치를 이용한 리스닝 트레이닝이 있는데 반드시 전문가에게 테스트를 받은 후 훈련받을 것을 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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