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每日 지상갤러리] 석재 서병오전-(2)노매(老梅)

거친 가지 끝에 핀 운치있는 매화…새벽 추위에도 꿋꿋한 모습 그려

坡翁嘗作老梅詩(파옹상작노매시); '醜怪驚人還媚(추괴경인환미무), 斷魂只有曉寒知(단혼지유효한지)', 不惟善於詩(불유선어시), 寫出畵家韻格(사출화가운격). 丁卯春 石齋 倂題(정묘춘 석재 병제)

"동파 소식이 일찍이 '老梅詩'(노매시:오래된 매화나무를 읊은 시)를 지었는데, '놀랍도록 거칠고 괴이한 매화 등걸이 더욱 아리따운데, 새벽 추위가 있을 때 애간장 끊어지게 하네'라고 했으니, 동파는 시(詩)에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화가의 운치와 격조도 잘 묘사해 내었다. 정묘년 봄에 석재가 매화를 그리고, 글도 함께 쓴다"

이 작품은 대구미술관에 소장된 석재(石齋)의 매화그림이다. 석재 나이 66세 되던 해인 1927년(정묘년) 봄에 그렸다. 노매도의 크기는 길이 131㎝, 폭 128㎝로 이는 석재의 다른 작품 형태에 비해 매우 큰 작품이다. 노매도에 적은 화제(畵題)를 보면, 중국 송나라 때의 대문호이며 정치가인 동파 소식(蘇軾·1037∼1101)이 지은 '노매시' 두 구를 인용하면서, '동파는 시에도 뛰어나지만 화가의 운치도 잘 묘사하였다'고 평가했다.

석재는 동파가 읊은 시구를 연상하면서 노매(老梅)의 줄기와 가지를 비스듬히 배치하여 거칠게, 그리고 가지 끝에 핀 매화를 운치 있게 그렸다. 늙은 매화가 줄기는 거칠지만 꽃필 때는 어여쁘기 그지없고, 새벽 추위에도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에서 그 꿋꿋함에 시인이 놀라워한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소동파의 노매시 두 구는 다른 문헌에 남송의 시인 소덕조(蕭德藻)가 지은 '고매시'(古梅詩)로 되어 있다.

그 내용은 '湘妃危立凍蛟背(상비위립동교배:상수의 여신 우뚝 서서 교룡의 등에 얼어 있고), 海月冷掛珊瑚枝(해월랭괘산호지:바다의 달은 산호 가지에 차갑게 걸려 있네). 醜怪驚人能媚(추괴경인능무미:매화나무 추하고 괴이하여 사람을 놀라게 하나 도리어 아리땁고), 斷魂只有曉寒知(단혼지유효한지:새벽 추위가 있을 때 애간장 끊어지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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