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칼럼]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

대통령 노릇 하기가 쉽지 않다. 매일매일 결재해야 할 서류는 산더미처럼 쌓인다. 수많은 사안 중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 정쟁이 존재의 이유인 야당은 어떤 선택을 하건 사사건건 트집이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감추고 싶은 부분만 골라내 두들겨댄다. 웬만한 맷집 아니고선 버틸 재간이 없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라면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면 당연히 져야 할 짐이다. 대통령 노릇 잘하려면 국민을 화합하고, 야당을 설득하고, 언론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두려우면 대통령이 될 생각은 접는 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낫다.

대통령 노릇이 어려운 것은 누릴 권력 이상의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대통령제의 원조인 미국 대통령들은 이를 무겁게 받아들였다. 첫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사형대로 올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토머스 제퍼슨은 '화려한 불행'이라 했고, 앤드류 잭슨은 '위엄 있는 노예생활'이라고 했다. 해리 트루먼은 대통령직에 오르는 것을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것'에 비유했다.

작가 존 스타인벡은 이렇게 간파했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도저히 한 사람이 해낼 수 없는 일과,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없는 책임과, 한 사람이 견뎌낼 수 없는 압박을 주고 있다."

이런 엄청난 책임과 압박을 이겨낸 대통령은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그렇지 못한 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 다를 바 없다. 누구나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하지만 막상 권좌에 오르고 나면 그 자리는 버거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한 지 3개월도 안 돼 "대통령 못해 먹겠다"고 했다. 그토록 꺼리던 미국을 찾아 친미 발언을 쏟아낸 데 대해 일부 시민단체가 해명을 요구하자 나온 말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기에 '권력은 칼'이라고 쓴 바 있다. 권력의 위세와 두려움, 그 양면성을 일찍이 깨우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그녀도 최순실 국정 농단 파문이 덮치자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역시 '다시는 나같이 불행한 군인이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는 어록을 남겼다. 그 역시 대통령 자리에 상당한 중압감을 가지고 있었기는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안타깝게도 주어지는 책임과 압박감을 이겨낸 대통령이 우리에겐 한 명도 없다. 임기 말 지지도가 대통령 선거 당시 득표율을 웃돈 대통령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말해준다. 시작은 창대했으나 끝은 늘 초라했다.

현행 헌법 아래 첫 직선 대통령이 된 노태우는 서훈마저 박탈당하고 감옥에 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경제 망국을 초래했다. 아들 문제로 발목을 잡히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아들과 측근들이 비리 문제로 구속되는 등 수모를 당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격을 잃은 언행으로 자주 구설에 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친인척과 측근 관리를 소홀히 했다가 몰매를 맞았다.

우리에겐 왜 성공한 대통령이 없을까. 그 이유를 이번 대통령 탄핵 사태를 몰고 온 또 다른 축이었던 우병우 전 청와대 수석이 뱉었다는 말에서 엿볼 수 있다. "청와대에선 대통령의 말이 법입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의 말은 법 위에 있다.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안창호 헌법재판관이 대통령 탄핵을 인용하며 낸 보충의견도 같은 맥락을 짚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권력 공유형 분권제로 전환하는 권력구조 개혁이 필요하다', '현행 헌법의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워터게이트 사건이 문제가 된 미국 대통령보다 집중된 권력구조'다.

지금 유력 대선 후보들은 과거 대통령의 과오를 불식할 정도로 잘 준비돼 있는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이들 중 성공한 대통령이 나올까. 역시 '글쎄요'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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