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박 전 대통령, 분열과 갈등을 해결하려는 모습 보여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후 사흘간 침묵을 지키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4문장짜리 짧은 대국민 메시지를 내놨다.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내용에 따르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이를 부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박 전 대통령이 헌재 결정에 명쾌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국민이 많았지만, 현재로선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을 준다.

짐작하건대, 박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에 억울하고 참담한 심정일 것이다. 그동안 박 전 대통령이 '잘못이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해왔기에 헌재 결정을 부정하고픈 마음이 훨씬 더 클 것이다. 그렇더라도, 헌재 결정에 승복하고 새 출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길이다.

평범한 '자연인'이라면 거부하고 불복해도 괜찮겠지만, 책임 있는 정치인 혹은 전직 대통령이라면 그렇게 해선 안 된다. '공인'이라면 설령 부당해 보이는 법 절차라도 무시하거나, 거부해서는 안 된다.

며칠 전 태극기 집회에서 사망자 3명이 나온 것을 볼 때, 박 전 대통령의 승복 여부가 무척이나 중요하다. 항의 집회가 계속되는 만큼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더 이상의 갈등과 대립은 국가를 나락으로 떨어트릴지 모른다. 박 전 대통령이 분열과 대결을 해소하고 봉합하는 디딤돌을 놓는 것이 마지막 책무가 아닐까 싶다. 박 전 대통령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다소 억울하게 이명박 후보에게 졌지만 깨끗하게 승복했다. 다시 한 번 그런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박 전 대통령을 끝까지 지지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일 것이다.

야당도 명심할 것이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승복을 강요하고 공격하는 자세는 보기에 좋지 않다. 짧은 메시지 하나만으로 무조건 욕하고 매도하는 것도 문제다. '승자'의 아량이나 관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을 심하게 몰아붙이는 것보다는, 스스로 승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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