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정미, 박 前대통령 염두?…"법의 도리, 고통 따르지만…"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3일 자신의 퇴임사에서 헌재의 결정으로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지지자 측을 염두에 둔 듯한 메시지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 권한대행은 이날 헌재 청사에서 가진 퇴임식에서 박 전 대통령이 파면 결정에 사실상 불복 의사를 전날 내비친 것을 직접 언급하거나 비판하지는 않았다.

그는 대신 "바로 엊그제 참으로 고통스럽고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털어놨다.

이는 탄핵심판을 통한 현직 대통령 파면이 헌정 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그동안의 고뇌를 보여주는 언급으로 이해된다.

그러면서도 '진통', '법치', '민주주의' 등의 단어를 쓰며 헌법 정신을 구현해 내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특히, 중국 전국시대 '한비자'의 구절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이 대행은 "법의 도리는 처음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나중에는 오래도록 이롭다"면서 "옛 중국의 고전 한 소절이 주는 지혜는 오늘도 유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이 대행의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

이 대행은 현 시국 상황과 관련해서도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통치구조의 위기 상황과 사회 갈등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그리고 인권보장이라는 헌법의 가치를 공고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라며 "비록 오늘은 이 진통의 아픔이 클지라도, 헌법과 법치를 통해 더 성숙한 민주국가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당장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거나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지만, 이번 결정이 궁극적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한 단계 높이고 더 성숙한 국가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담은 메시지라는 분석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삼성동 사저에 도착해 "모든 결과는 제가 안고 가겠다"면서도 "시간은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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