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이름 딴 학교 짓는다며 모금
정부 계약 통해 부지 헐값에 매입
'역대 최장기 정권' 꿈꾸는 아베에
가장 가까운 부인이 발목 잡은 꼴
책을 출간하고 K문고에서 강연회를 가졌다. 많은 분들이 찾아주었는데, 꼭 참석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출근한 남편만 보이지 않는다. 강연회를 마치고 보니 방을 못 찾고 있다는 문자가 수십 통. 내가 광화문 K문고에서 강연하는 동안 그는 강남 K문고에서 짜증만 내고 있었던 거다. 이렇게 소통이 안 되는 것은 우리 집만의 문제일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이틀에 걸친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은 '저자세 굴욕 외교'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상당한 성과를 거둔 정상회담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귀국하자마자 부인 아키에가 명예교장으로 있는 모리토모학원의 불미스러운 일이 불거지면서 60% 이상 고공행진하던 아베의 지지율이 꺾이기 시작했다.
오사카에 위치한 모리토모학원이 아베 총리의 이름을 딴 초등학교를 짓는다면서 모금 활동을 했으며, 학원 측이 정부와 수의계약을 통해 부지를 헐값에 매입했다. 감정가 9억5천600만엔의 부지에 대해서 1억3천400만엔만 지불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매각 기록을 담은 정부 문서가 폐기된 상황이라 의혹은 날로 커지고 있다.
사건이 확산되면서 아키에는 교장직을 사퇴했지만, 총리가 이 일에 얼마나 관련되었는가가 관건이다. 학원 이사장과 언제부터 알게 되었느냐는 야당 의원의 질문에 아베 총리가 "아내는 공인이 아니다. 언제부터 알았는지 모른다"고 답하자 야당 의원은 "집에 가서 알아보고 내일 답하기 바란다. 총리의 부인 역시 마땅히 공인이다"고 맞섰다.
아베 총리의 부인 아키에는 도쿄 금융가에 선술집을 개업한 후 연예인과 불륜 스캔들에 휩싸여서 언론에 노출된 적이 있는 자유분방한 성향의 사람이다.
친한파로도 알려져 있다. 2013년 주일 한국대사관 청사에서 열린 '김장축제'에 참가해서 직접 김치를 담갔고, 이날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염원을 담은 '대형 비빔밥 만들기 행사'에도 참여해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총리 부인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가' '일본 국민으로서 아주 불쾌하다' 등의 댓글을 달았는데, 그럼에도 한일축제한마당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해서 냉각된 한일 관계 회복을 위해서 노력했다.
2015년에는 한일 교류 관련 포럼에 참석해서 "지금은 한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관계가 좋지 않지만, 양국은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왔다. 일본인의 피에는 한국인 등 대륙인의 피가 섞여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기도 했다.
2013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원전 재가동 정책을 펼치는 남편을 비판했고, 총리가 역점 정책으로 추진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농업이 공산품과 똑같이 다뤄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가정 내 야당'임을 자처하는 아키에의 언행에 대해서 '정치가의 아내로 자격이 없다'는 등 비판도 여럿 있지만, 일부 언론은 아베 총리의 지지율 상승을 돕는 '비밀 무기'로 보고 있다. 사실 '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남편'의 모습은 여성의 지지율을 올리는 데 한몫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그리 녹록지 않을 것 같다.
내년 총선에서 아베 총리가 3선에 성공하면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맡을 수 있다. 이른바 '역대 최장기 정권 수립'을 꿈꾸는 그에게 부인 아키에와의 소통 부족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어느 집이나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문제다. 어느 나라나 권력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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