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으로 박풍(박근혜 바람)에 전적으로 기대왔던 지역 정치권이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대구경북 정치인들은 당장 눈앞으로 다가온 5월 조기 대선은 물론이고 내년 지방선거와 2020년 21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자생력을 기르고, 지역 현안에 꼭 필요한 정치적 위상을 확보하고, 중앙에서도 존재감을 확보하는 등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유독 극심한 1당 독점 아래서 안주해 온 지역 정치권은 대통령이나 보스의 그늘 아래서 편하게 공천받고, 안전하게 선거를 치러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공천을 주고 당선도 시켜줄 바람막이도, 보호막도 사라졌다. 스스로의 힘으로 홀로 살아남아야 한다. 박근혜라는 구심점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느냐, 자생력을 길러 제자리를 잡느냐는 정치인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대구경북 제1당인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명박-박근혜로 이어온 집권여당으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했다. 박근혜정부를 탄생시켰다는 자부심을 훈장처럼 달고 있던 TK정치권은 이제 그의 조력자란 멍에를 쓴 채 책임론의 한가운데에 놓이게 됐다. 바람막이도 없고 뒤를 봐줄 보스도 조력자도 없다.
자생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이에 따라 탄핵 정국을 대구경북 정치권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각성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박풍에 안주해 온 지역 정치권이 어물쩍 봉합하는 수준으로 이 상황을 넘어가려 하다가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견해가 많아 정치인들의 긴장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결국은 경쟁력을 기르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얘기다. 지역 출신 한 재선 의원은 "이제는 믿을 데라고는 나 자신밖에 없다. 전투력을 길러서 국회의원들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아야 하고, 지역 현안이라면 물고 늘어져 해결하고야 만다는 각오가 서지 않고는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날 것 같다"고 말했다.
존재감도 없으면서 때가 되면 선수만 쌓아온 지역 정치인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 분명하다. 이런 자성론이 지역 정치인들 사이에서 서서히 일고 있는 것은 좋은 신호다.
늘 보수정권 창출의 주역이라거나 보수세력의 아성으로 불리며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지역 정치권이 기댈 곳은 이제 없다. 각자도생밖에 길이 없다는 걸 정치인들이 제일 먼저 알아야 한다. 특정 정당의 프리미엄도 예전 같지 않다. 기호 1번이면 '통과'되던 시절도 없다. 누가 이 지역을 더 잘 알고, 누가 더 지역 현안의 해결사로 나서고, 누가 더 지역민을 위하느냐의 경쟁이 남아 있을 뿐이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 민심은 이제 TK 정치권이 새롭게 태어나길 바라고 있다. 오직 지역민만 생각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이런 점을 깨닫지 못한다면 시도민들은 무능하고 무기력한 TK정치권을 더 이상 가만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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