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醫窓] 생명유지 본능, 삼욕

생존 본능은 모든 생명체의 원초적이면서 마지막 본능이다. 사람이 살아남기 위한 세 가지 바람, 즉 식욕, 색욕, 수면욕을 흔히 '삼욕'이라 한다.

외과병동 입원환자의 절반 이상은 수액병을 달고 있다. 입원환자는 식욕이 떨어져 음식을 먹지 않는 경우도 있고, 식욕은 있지만 음식물 섭취를 해선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수술 전엔 금식해야 한다. 마취 도중 음식물을 토해 기도가 막히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수술 후에도 잘려나가거나 새로 이은 소화관의 치유에 방해를 주지 않기 위해 금식을 한다.

과거에는 복부 수술 후 일찍 음식물을 섭취하면 새로 이은 소화관에 부담을 줘 탈이 난다고 생각했다. 최근에는 더 일찍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오히려 치유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물을 마시고 싶어도 마시지 못하고,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못할 때 필요한 수분이나 미량원소가 부족해 신체가 오히려 더 망가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좋은 보약은 밥이다'라는 옛말은 오랜 경험에서 나온 명언이다. 암 수술 후 외래진료실을 처음 방문한 환자들은 주로 무엇을 먹어야 하고, 먹지 말아야 할지 묻는다. 그때마다 필자는 '균형 잡힌 식단이 보약'이라고 말해준다.

중환자실은 언제나 조명으로 환하다. 수술 후 중환자실에 머무는 환자들은 가능한 한 빨리 중환자실을 나가고 싶어한다. 불이 꺼진 병실에서 깊은 잠을 자고 싶어서다. 중환자실에는 산소공급 장치와 인공호흡기, 이물질을 빨아들이는 흡인장치, 각종 모니터에서 쉬지 않고 기계음과 전자음이 흘러나온다. 거기에 불까지 환한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기란 쉽지 않다.

외국의 선진 대형병원에서는 건강유지에 필수인 잠을 잘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한다. 1인실로 돼 있고 낮이든 밤이든 환자에게 안정이 필요하면 흐린 등만 두고 밝은 등은 모두 끈다. 최근 우리 병원은 밤에 깊은 잠을 잘 수 있도록 조명을 어둡게 하는 시설을 갖췄지만, 과거에는 그런 부분을 고려하지 못했다. 일상생활에서도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눈꺼풀이 처지고, 입술이 트며 치질이 악화되어 피를 흘리거나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한다. 수면이 충분하면 아침 배변이 잘 이뤄지고 하루가 편하고 활기차다. 반대로 수면이 부족하면 배변이 잘 이뤄지지 않고 활동하는 온종일 개운하지 않다.

식욕과 수면욕이 채워진 후에야 살아남기 위한 본능인 성욕이 발동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잘 먹지 못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로가 극에 달한 경우 오히려 종족 보존의 본능으로 성욕이 발동하기도 한다. 난초가 좀 시들해질 때 꽃을 피우는 것처럼. 인간의 세 가지 본능적 욕구가 적절히 충족될 때 신체는 균형을 이루고 건강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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