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축제의 두 얼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대부분 축제는 사랑받는 만큼 비난에도 시달린다. 두 얼굴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축제는 용어에서부터 일본식이란 지적을 받는다. 우리말 잔치가 대체 용어지만, 축제에 비해 잔치는 뭔가 초라해 보인다. 이를 고려해 행사를 마련하는 주최 측은 하나같이 잔치 대신 축제란 말을 쓰고 있다. 어떤 행사든지 마지막에 축제란 말을 집어넣어야만 격이 맞는 느낌이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연중 경쟁적으로 펼치는 축제는 대부분 우리의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조상이 자발적으로 즐긴 전통문화는 일제강점기와 근대화, 급속한 산업화를 거치면서 빠르게 훼손됐다. 이후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안정되면서 각종 기관'단체에 의해 전통문화는 축제란 이름으로 복원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축제는 주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펼쳐지던 본연의 모습을 잃고 기관'단체에 의해 획일적으로 열리는 행사로 전락한 상태다. 많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데 초점을 두면서 여러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겉으로는 지역 발전을 내세우지만, 상당수 축제는 본래의 모습을 잃고 정치적인 목적을 둔 세 과시의 장이 되고 있다.

이달 25일부터 4월 2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던 제10회 의성산수유꽃축제.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를 무대로 하는 이 축제는 '산수유꽃향기, 봄을 깨우다!'라는 주제만큼이나 연인 등으로부터 사랑받는 축제다. 행사 기간에는 수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하지만 이 축제를 준비하는 의성군의 처지는 다르다. 관광객 급증으로 주차 등 교통 문제가 심각해지자 의성군은 축제 규모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초창기에는 산수유마을이 유명세를 타면서 의성이 전국에 자연스럽게 알려졌기에 좋았지만, 축제 기간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조그마한 농촌 마을에 형성된 좁은 산수유 꽃길에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몰리면서 대다수는 꽃향기를 맡아보지도 못하고 소음과 먼지에 취해 돌아가는 실정이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전파를 막기 위해 지난 6일 전격적으로 취소했지만, 의성군은 앞으로 산수유꽃축제를 관광객 편의 제공에 중점을 두고 준비하기로 했다. 대신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공연과 체험 행사를 줄이기로 했다. 적정 수를 초과하는 차량을 통제해 돌려보낼 때는 의성 지역 음식점 이용과 특산품 구매 할인 티켓을 선물, 이전 산수유꽃축제 때 형성된 나쁜 이미지를 없앨 방침이다.

더불어 의성군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산수유꽃축제를 경상북도 지정 축제가 아닌 순수한 마을 축제로 열기로 했다. 자치단체는 성공적인 축제 개최를 위한 편의시설 제공에 머무르고, 마을 주민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짜 행사를 열도록 한다는 것이다.

4월 초 예정됐다가 5월 초로 연기된 제7회 의성세계연축제는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의성군 안계면 위천 생태하천 둔치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공간적인 제약에선 자유롭지만, 날씨에 목을 매고 있다. 연을 날리는 특성상 바람이 축제의 성공을 좌우하고 있다. 주최 측에서는 바람이 없는 날씨에 대비해 스키장에서 볼 수 있는 인공적으로 만든 눈을 날리는 대형 풍력기를 동원해놓고 있다. 연축제는 날씨의 제약에도, 우리 국민에게 친숙한 민속놀이 연날리기를 소재로 한데다 외국의 화려한 연들을 직접 볼 기회라 주목받고 있다.

이래저래 성공 축제로 자리 잡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다. 손님이 부족하면 큰 문제가 되고, 많아도 걱정이 되는 게 축제다. 게다가 지리적인 제약과 인간 의지로 해결할 수 없는 날씨까지 극복해야 하니 가장 즐거워야 할 축제가 골치 아프고 짜증 나는 일이 되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나던 우리 주변의 축제가 시행착오 끝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리 잡는 느낌이다. 단순히 참가자 수를 자랑하는 축제가 아닌 전통문화를 살리고, 지역 발전에 보탬이 되는 축제가 되기를 바란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