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 6명 숨진 가해 선박 중국인 선장, 그대로 풀어주는 나라

포항 앞바다에서 발생한 선박 충돌사고로 선원 6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는데도 정작 사고를 일으킨 홍콩상선의 선장 등 중국인 3명은 벌금만 내고 중국으로 풀려났다. 수사당국은 국제협약 및 관련 국내법 때문에 신병을 더 이상 잡아둘 수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중국 눈치보기 저자세 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포항 앞바다 공해상에서 채낚기 어선인 주영호와 충돌해 6명의 인명 피해를 낸 홍콩선적 상선 선장과 선원들이 지난달 말 출국정지 해제와 동시에 중국 등으로 떠났다. 이들이 대형사고를 내고도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수사당국이 형법(과실치사)이 아니라 해양환경관리법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선박 충돌 사고로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기름 오염을 유발시킨 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결국 중국인 3명은 구속을 면했고 3천만원씩 총 1억2천만원의 벌금만 냄으로써 출국금지에서 풀려났다. 반면, 주영호의 선장 박모 씨는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포항 앞바다에서 대형 인명 사고가 발생했는데 발생 지점이 공해상이라는 이유로 외국인 가해자가 풀려나고 내국인이 구속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더욱이 우리 수사당국이 요청한 '형사 관할권 주장 여부'에 대해 중국 측이 회신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상황에서 답변도 듣지 않은 채 출국금지를 풀어준 것은 절차상으로 문제 소지가 있다. 해경 관계자 전언에 의하면 그 와중에 우리 외교부 측은 "빨리 풀어주라"고 수사당국에 전화했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국제규약과 실정법 때문에 구속 수사에 무리가 있었다는 당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 대한 우리 수사기관의 강력한 처벌 의지가 과연 있었던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의식한 눈치보기 수사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중국인들의 불법 싹쓸이 조업과 단속 해경에 대한 폭력 행사로 서해와 동해가 무법천지가 되다시피하는 판국이다. 중국인들의 무례 못지않게 우리 국민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주고 국격도 떨어뜨리는 것은 당국의 소극적 자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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