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 거창갈비 대표 조호걸 씨 "이윤 적더라도 최상의 소고기 판매"

육가공 분야 발골·해체 전문가…고향 소고기 맛 전하고자 개업

아침에 도축한 소고기를 정성껏 손질해 들어 보이는 안동 거창갈비 조호걸 대표. 전종훈 기자
아침에 도축한 소고기를 정성껏 손질해 들어 보이는 안동 거창갈비 조호걸 대표. 전종훈 기자

13일 이른 아침 안동 구도심의 갈비 골목에서 한 청년이 냉동 화물차에서 소고기를 신줏단지 모시듯 내리고 있었다.

"오늘 새벽에 도축한 최상급 소고기를 공수해 지금 내리는 중입니다. 귀한 고기인 만큼 애정을 다해 다뤄야 고객이 맛볼 때까지 최고의 맛을 유지하게 되는 겁니다."

조호걸(36) 거창갈비 대표는 차에서 내린 소고기를 자신의 작업장으로 옮겼다.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르는 등 작업 준비가 끝나자마자 조 대표는 능숙하게 소갈비의 살을 발라냈다.

조 대표는 "소고기도 결이 있는데 이 결을 따라 빠르게 살을 발라 내야 작업 도중 고기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며 "매일 소 한 마리를 4시간에 걸쳐 작업하는데 작업한 소고기는 평일에는 하루 정도 쓸 수 있고 주말에는 반나절 정도 쓸 분량이 된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름난 육가공공장에서 발골과 해체를 하던 전문인력이었다. 그는 육류 해체만 5년이 넘는 베테랑이었고 이 분야에서도 성실함을 인정받아 더 좋은 자리를 권유받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고향 안동에서 소고기 전문식당을 열어 자신이 최고로 여기는 소고기의 맛을 선보이고자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는 "몇 년 전 회사 동료와 안동의 한 식당에서 소고기를 먹었는데 낯이 부끄러울 정도로 고기가 좋지 않았다"며 "'소고기 하면 안동'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날 너무 실망했고 이것이 오히려 나에게 동기부여가 돼 5년 만에 돈을 모아 식당을 차리게 됐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운영하는 거창갈비는 소고기 품질은 물론 메뉴도 특이하다. 흔히 볼 수 없는 맑은 갈비찜이 대표 메뉴다. 안동갈비골목 대부분 식당에서는 고춧가루 등을 넣은 매콤한 갈비찜을 판매하지만 이곳은 소고기 특유의 고소함과 시원한 맛을 살린 갈비찜을 판매하고 있다. 양념갈비도 지역에서 직접 공수한 마늘을 직접 빻아 넣으며 소고기 시래기찌개에도 무공해 시래기를 계약재배해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 대표의 식당은 올해 초 개업 이후 점점 손님이 늘어났고 현재 주말이면 영업 종료 2시간 전인 오후 7, 8시에 고기가 모두 동날 정도다.

그는 "하루에 소 한 마리씩 한 달에 30마리만 작업해 손님에게 판매하고 있다"며 "판매량을 늘리고 싶어도 제가 만족하는 소고기가 잘 없고 혹시 오신 손님에게 소홀해질까 봐 적정선을 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대표의 최종 목표는 "적게 벌고 많이 파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이윤을 최소화해서 거의 도매가격으로 소고기를 맛볼 수 있도록 속칭 안동갈비단지를 만들고 싶다"며 "지역민은 물론 관광객이 이곳을 찾아 몇만원으로도 배불리 소고기를 먹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내 꿈이기에 더 열심히 벌어야 한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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