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IT 분야 세계 최대 전시회 중 하나인 MWC(Mobile World Congress)를 다녀왔다. 이번 2017 MWC 참가 기업은 2천200여 개 이상으로 이름 있는 글로벌 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많은 모바일 관련 기기, 통신, 자동차 및 IT 관련 기업들이었다. 필자는 이번 기간 중 많은 국내외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면서 세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융합(Convergence)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회가 가전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자율자동차, AI 등 융합전시회로 변화하듯이 이번 MWC 역시 모바일 기반으로 시작했지만 융합전시회로 발전하고 있었다.
두 번째는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요소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도 결국은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또한 통신, 자율차, 사물인터넷(IoT) 등 모든 산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퀄컴이나 암(ARM) 같은 기업들의 칩도 결국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이다.
세 번째 특징은 중국 기업들의 득세다. 스마트폰 기업 부스에 가서 어느 나라냐고 물으면 중국 기업이란다. 스마트폰쯤은 쉽게 만드는 중국 기업이 정말 많았다. 스마트폰 외에도 통신장비, 드론, 자동차 등을 정말 많은 중국 기업들이 전시하고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평가는 비교적 괜찮아 보였다. 삼성, LG, KT 등 많은 기업들이 주최 측인 GSMA로부터 기술혁신상 등 다양한 상을 받았다. 또한 이번 전시회의 핵심 테마인 5G는 KT와 SKT 등 우리나라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심은커녕 걱정이 앞섰다. 우리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등 완제품은 비교적 잘 만든다. 또한 반도체 등 하드웨어 분야도 잘 만든다. 그러나 앞에서 지적한 소프트웨어나 융합 분야는 약하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센서, AI, 빅데이터 등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 70% 수준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이에 반해 중국은 우리보다 여전히 뒤지고 있는 분야도 있지만 드론, 통신장비, 퍼스널 모빌리티 등 많은 부분은 우리를 이미 추월했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 더 걱정되는 분야는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법과 제도 등 사회 시스템의 미비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이다. 4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기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기술이 엄청나게 빨리 나타난다. 신기술들을 빨리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현행 자동차 관리법에는 도로를 달릴 수 있는 물체가 자동차와 이륜차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현실은 이 두 가지 중 어디에 분류하기 어려운 '퍼스널 모빌리티'가 있다. 기업이 이런 부분에 투자하기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에 중국은 일단 기업이 개발하도록 허용해 준다. 이러한 이유에서 샤오미가 이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고 있다. 노동시장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기술 흐름에 기업이 대응하기 위해 기업이 구조조정을 한다면 노동조합이 순순히 허용해 줄까?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장점은 무엇인가? 역설적이게도 좁은 국토다. 국토가 큰 나라는 새로운 통신망 투자를 꺼린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 그래서 세계 최초 광케이블을 설치했고 지금도 5G를 주창하고 있다. 이러한 좁은 국토가 테스트베드로서 훌륭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인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외국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 전문가들을 전시회 기간에 정말 많이 만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산업 간의 협력을 넘어 노동, 교육, 정책 등 사회 전반적인 협력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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