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조약 후 日서 설치 요구
1903년 6월 처음으로 등대 밝혀
죽변등대 주변 대나무 숲 탐방로
후포등대 아래 벽화마을 가볼 만
구산항 화모말등대 풍광도 좋아
남쪽 월송정 관동팔경의 하나
봄 바다는 블루오션이다. 날카로운 겨울바람의 날이 무뎌진다. 축축한 여름 공기보다 숨이 한결 가볍다. 바다와 하늘이 파랗게 환영하고, 파도가 하얀 박수를 친다. 풍경 속 화룡점정으로 등대가 있다. 알수록 보는 눈이 깊어진다는 말이 있다. 등대도 마찬가지. 역사를 알면 감회가 더 새롭다. 또 가끔 옆길로 새고, 한눈을 팔다 보면 여행이 더 다채로워진다.
◆알아야 할 등대 역사
우리나라 등대는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일본이 제국주의 침략 과정에서 도입한 것이다.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일본 선박의 출입이 빈번해졌다. 일본은 1883년 체결한 '조일통상장정'을 빌미로 대한제국에 등대 설치를 요구했다. 결국 2년 뒤 농공상부 통신국 관선과가 항로 표지에 관한 사무를 맡도록 처음으로 법제화했다.
그러던 중 1891년 서해 경기만 풍도 부근에서 일본과 청나라가 전투를 벌였다. 당시 일본 함선은 우리나라 연안에 등대가 없는 탓에 항해에 어려움을 겪었고, 해난 사고가 빈번했다. 청일전쟁에서 승리하자 일본은 1895년 등대 건설을 강력히 요구하며, 등대 건립지 측량에 동의하라고 요청했다. 그해 6월 측량을 위한 일본 선박이 인천항에 도착할 것이라며 우리 정부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기도 했다. 이러한 압박에 대한제국은 1901년 관세수입 중 일부를 등대 건축자금으로 내놓았다.
1902년 3월 인천해관 등대국이 설치되고, 등대 업무가 시작됐다. 같은 해 5월 인천항로의 팔미도와 소월미도 등에 등대를 짓기 시작해 이듬해 6월 처음으로 등대 불빛을 밝혔다. 한일강제병탄과 같은 해인 1910년 8월, 당시 전국 해안에 37개의 등대가 설치됐다. 정부는 등대를 건립할 자금과 부지를 일본에 무상으로 대여했다. 우리나라 침략을 위한 등대임에도 우리 돈으로 지어준 셈이다. 육지에선 철도 부설이, 바다에는 등대 부설이 있었다.
◆주변으로 발길을 넓히면
아픈 역사의 등대가 관광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역사적 가치에 더해 주변 경관이 수려하기 때문이다. 큰 항구를 끼고 있어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풍성하다는 이점도 있다.
대나무 숲과 해안절벽이 어우러진 둘레길이 매력적이다. 특히 죽변등대와 축산항등대(죽도산)를 꼽을 수 있다. 이름에 죽(竹)이 있는 이유는 등대 주변에 대나무가 우거져 있기 때문. 종류는 손가락 굵기의 소죽(小竹)이다. 현재 대나무 사이로 탐방로가 조성돼 있다. 어른 키보다 높은 대나무가 세찬 바닷바람을 막아줘 아늑한 느낌을 준다. 화살 재료로 쓰였기에 조선시대 때 국가에서 보호했다고 한다. 대나무 숲을 빠져나오면 절벽을 따라 이어진 데크길이 나온다. 발아래가 아찔하다. 파도가 해안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에 귀가 먹먹할 정도다.
추억을 쌓을 명소도 가까운 곳에 있다. 후포등대 아래 벽화마을이 들를 만하다. TV 프로그램 '백년손님' 촬영장이다. 방송 주인공과 함께 바다를 상징하는 고래 등 여러 주제의 벽화가 있다. 벽면 전체에 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그렸고, 담의 형태에 맞춰 시원한 물줄기의 폭포 그림도 있다.
창포말등대 일대는 해맞이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산책로가 잘 갖춰져 있어 다양한 위치에서 등대를 감상할 수 있다. 인근에 영덕풍력발전단지가 있다. 1997년 발생한 산불로 민둥산이었던 곳을 2005년에 발전단지로 개발했다. 바람개비 같은 풍력발전기 24기가 있다. 해가 뜨거나 질 때 붉게 물든 하늘과 회전하는 발전기가 황홀한 풍경을 만든다. 발전단지 내 신재생에너지전시관이 있다. 2천188㎡ 규모의 전시관에서 태양과 바람, 물, 지역,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의 원리를 체험하며 익힐 수 있다.
◆샛길로 빠져 항구에 들르다
인근 항구로 발길을 돌리면 시원한 풍광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작은 항구라도 자세히 보면 매력이 보인다. 진미말등대가 있는 오산항과 화모말등대가 있는 구산항이 추천할 만하다.
오산항은 울진 원남면 오산리에 있다. 진미말이란 곳의 안쪽에 있다. 특히 북쪽 방파제가 직선 길이로 580m에 이른다. 방파제 끝에 서면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고, 바다에서 몰아치는 파도가 장관이다. 수심이 얕아 바다 빛깔이 투명해 사진을 찍으면 바다와 하늘이 한 색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다. 또 해양레저 활성화를 위한 해양레저스포츠센터와 요트 계류장이 설치돼 있다.
구산항은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하다. 조선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순찰하던 수토사(搜討使)들이 머물던 대풍헌이 있다. 현재 건물은 1851년에 지어졌고, 일자형 팔작집 모양이다. 구산항이 수토사들의 출발지였다는 점과 함께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말해준다.
1.5㎞ 남쪽에 월송정이 있다. 관동팔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정자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 해군이 주둔했고, 당시 적의 공격 목표가 된다는 이유로 철거됐다. 1964년 콘크리트로 신축했지만, 1980년 고려시대 양식을 본떠 다시 지었다. 소나무 숲과 바다를 배경으로 한 일출이 아름다운 사진 명소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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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경
3월은 울진과 영덕 사이에 있다. 초순에 울진대게축제가 있었고, 하순에 영덕대게축제가 열린다. 3월이면 동해의 유혹을 견딜 수 없는 이유다. 멋진 풍경과 맛있는 해산물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살이 오른 게 맛을 보고, 시원한 국물의 탕으로 여독을 달랠 수 있다.
#등대 모양 건물로 유명…수평선 보며 게 맛볼 수 있어
◆영덕 '축산대게활어타운'=등대 모양의 건물로 유명하다. 꼭대기 7층이 전망 좋은 식당이다. 벽이 통유리로 돼 있어서 먼 수평선을 보며 운치 있게 식사할 수 있다. 1층 수족관에서 게를 골라 주문한 뒤 7층에서 기다리면 된다. 20분 남짓이면 찐 게를 맛볼 수 있다. 채소와 미역, 전, 고구마, 양념장 등 기본 반찬이 나온다. 가격은 시세에 따라 결정된다. 이달 둘째 주에 방문하니 크기에 따라 대게 한 마리에 3만~4만원 수준이었다. 홍게는 한 마리에 1만5천~2만원. 4인 가족 기준으로 6마리가 적당하니 전체 10만~20만원이 든다.
자연산 회도 먹음직하다. 가격은 6만~8만원 사이다. 회 종류로는 참가자미와 전복, 우럭, 광어 등이 있다. 다양한 해산물을 먹고자 하면 해물 모둠 메뉴가 적당하다. 간단하게 식사만 하고 싶으면 물회를 주문하면 된다. 상주~영덕 고속도로 영덕 IC에서 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식사를 하고서 바로 옆 죽도산을 산책하는 것을 권한다. 여유가 된다면 축산항등대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좋다. 영덕군 축산면 축산항길 85-9. 054)783-8313.
#맑은 국물 생대구탕 군더더기 없는 국물 맛 일품
◆울진 '돼지식당'=상호만 봐선 돼지고기 식당 같다.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탕 전문이다. 맑은 국물의 생대구탕이 일품이다. 가격은 1인분에 1만2천원. 신선한 대구에 대파와 무, 마늘을 넣고 끓였다. 소금으로 간을 했다. 대구 살에서 우려낸 맛에 채소가 더해져 군더더기 없는 국물이 완성된다. 대구 살은 익어서도 탱탱함을 유지하고, 입에 넣으면 비린 맛 없이 사르르 녹는다. 밑반찬은 딱 적당한 만큼만 나온다. 배추김치와 버섯, 시금치무침, 미역, 깻잎무침 등이 입맛을 돋운다.
다른 탕 종류도 있다. 매콤하면서 담백한 잡어매운탕(2만~3만원)은 술안주로 좋다. 씹으면 살에서 단맛이 도는 도루묵탕(1만원)과 시원한 국물의 아귀탕(1만원)도 있다. 생복어탕도 취급하는데, 가격은 시세에 따라 다르다. 바로 옆이 죽변수협 수산물회직판장이다. 신선하고 저렴한 해산물을 살 수 있다. 대게와 조개, 한치, 대구 등 없는 게 없다. 추금선 대표는 "식당 이름을 보고 돼지찌개를 팔 것으로 생각하지만 뜻밖에 대구탕이어서 손님들이 더 잘 기억하는 것 같다"고 했다. 울진군 죽변면 죽변중앙로 202-3. 054)783-8313.
※'흥'은 재미와 즐거움의 감탄사입니다. 신나는 레저 지면을 만들겠다는 다짐이기도합니다. 주인공은 독자 여러분입니다. 지역의 역사문화와 자연, 사람을 소개합니다. 새로운 접근과 재발견을 통해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기사를 만들겠습니다. 오직, 독자의 흥을 돋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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