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청와대만 바라보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제가 충남도지사인데 왜 지상파 방송국 9시 뉴스에서 서울 광화문 맨홀 뚜껑 물 넘치는 걸 봐야 합니까? 나는 우리 지역 들판의 비닐하우스에 물 잠긴 것이 더 궁금합니다."
안희정 충청남도 지사는 지난 14일 국회에서 진행된 한국지방신문협회 초청 대선주자 집중토론회에서 중앙집권형의 낡은 국가에서 탈피, 지방분권을 이뤄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시대 교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실패는 박정희 대통령식으로 통치한 탓에 생겨났다. 중앙집권화된 국가체제를 지방자치 분권 시대로 혁신시키고 관주도형'정부주도형 경제산업정책을 노동과 기업, 정부가 함께 이끄는 협치의 시대로 넘겨야 한다. 또 의회의 지도력과 정당의 지도력이 대통령의 리더십과 협치를 이루는 대한민국으로 가야 한다.
-지역균형발전과 관련해서 특화된 전략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지방이 꼬리표 없이 자체적으로 쓸 수 있는 재정 비율을 높이도록 할 것이다. 현재 내국세의 19.24%를 지방교부세로 할당해주고 있는데 여기에다 지역발전특별회계 등 기존 재정을 모두 모아 지방정부에 꼬리표 없는 돈, 즉 자주 재정을 늘려줄 것이다.
-꼬리표라고 하는 것은?
▶지방정부는 하고 있는 일의 80%가 국가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다. 이런 반면 재정의 80%가량이 의존 재원이다. 중앙정부에 모두 의존하는 재원이기에 각 중앙부처 시행령에 따라서 이 돈은 여기에 쓰라고 돼 있다. 지방정부가 자기 주도적으로 가기 위해서는 첫 번째가 재원이다. 지역주의 정치도 돈 때문에 만들어진다. 우리 지역 대통령 만들고 우리 지역 실세 정치인 나와야 우리 지역에 중앙정부 예산 더 따올 수 있다. 이래서는 국가도 분열될 뿐만 아니라 그렇게 돈을 따온들, 지방자치와 지방정신에 의거해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안 된다.
-지방 곳간을 키울 구체적 방안은?
▶지방 재정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다. 1995년도에 지방 재정자립도가 60%가량 됐는데 22년이 지난 올해 현재 지방 재정자립도가 40% 초반으로 내려갔다. 지방자치하자고 얘기해 놓고 나서 22년이 지나 보니 재정자립도가 더 떨어진 것이다. 이것이 뭘 의미하나? 중앙정부 간섭만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기주도적으로 뭔가 새로운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지방정부에 기회를 안 준다는 얘기다. 기존의 각종 재원을 통합해 지방 재정자립도를 높여줘야 한다. 내국세의 19.24% 규모인 일반 교부세 비율을 24% 정도까지 높일 것이다. 돈과 권한이 이런 식으로 지방으로 내려가기 시작하면 반드시 중앙정부는 그 부서를 없애야 한다. 잔소리할 사람을 남겨 놓으면 10년, 20년 지나면 또다시 가져간다. 옛날 박정희 대통령 때처럼 국가주도형 산업발전시대 때 정부형태로는 안 된다. 정부혁신과 같이 가줘야만 지방재정자립도 향상을 위한 재정지원정책과 국가사무위임이 효과를 발휘한다.
-지방 재정을 불려 놓으면 또 다른 순기능도 기대되는가?
▶어느 지역이든 '우리 지역에서 대통령 배출을 못 해서 우리 지역이 손해봤다'는 소리가 안 나오게 된다. 쉽게 말해 문중 재산을 골고루 잘 나눠줘 더 이상 문중 싸움 안 나게 해야 한다. 대통령 출마하는 사람이 각 지역에 갈 때마다 "특별히 이 동네 더 이쁘게 해줄게" 이렇게 말해버리면 팔도강산 싸움만 난다. 약속 하나도 못 지킨다. 설령 약속을 지켰더라도 영남 정권이라서 더 가져갔다고 하고, 호남 정권이라서 더 가져갔다고 한다. 대통령이 되면 지역 현안 접근법부터 바꾸겠다. 기획재정부나 대통령 등 힘센 사람한테 가서 예산 한 푼이라도 더 따려고 손 비비는 지방행정을 그만하게 할 것이다. 당당하게 자기 계획을 갖고 지역발전의 기회를 주도할 수 있는 나라로 만들겠다. "당신들에게만 특별히 곶감 하나 더 줄게"라는 약속을 대통령마다 했다. 이제는 거짓말이라는 것을 다 안다.
-이른바 '새로운 균형발전 모델'도 갖고 있다는데?
▶지방이 희생하는 부분에 대해 혜택을 줘야 한다. 피해는 특정 지역이 보고 혜택은 온 국민이 보는 것, 예를 들어 에너지 산업이다. 경북과 부산경남에 원자력발전소가 많고, 충남에 화력발전소가 많은데 왜 전기료는 똑같아야 하나? 거리병산제 같은 것들을 둬서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는 많은 물, 공기, 에너지, 그리고 기본자재에 대해서는 그 지역적 희생과 헌신에 대해 뭔가 시장적으로 가격을 배분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동안의 균형발전정책이 인위적 규제정책 중심이었다면, 나는 시장적 법칙으로 균형발전의 기회를 확대해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새로운 균형발전 전략'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개헌 논의가 있다. 개헌에 대한 생각은?
▶대선 전 개헌을 마무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차기 정부의 중요한 국가개혁과제에 가장 첫 번째 과제로 개헌을 두겠다.
-개헌안의 내용은?
▶자치분권 개헌으로 가야 한다. 한국지방신문협회와 같은 지방의 네트워크가 바로 내가 바라는 지방자치분권의 중요한 토대다. 동시에 양원제의 문제라거나 대통령 임기의 중임제라거나 하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에 대한 논의도 함께 들어가야 한다. 이번에 손을 보는 김에 경제민주화, 국민에 대한 기본권 등 다양한 영역도 고려해야 한다. 대통령이 된다면 임기 내에, 가능하면 개헌 논의를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하겠다.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연임제 등 권력구조는 어떤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문제점들을 극복할 수 있는 형태의 대통령제를 뼈대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만 의회가 어떻게 주도적으로 의회 지도력을 행사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
-대북정책을 비롯해 대외정책의 기본 방향은?
▶주권국가로서 국방과 안보문제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유감스럽게도 국방의 문제는 한미동맹에 기초해서 안보와 국방의 기초가 짜여져 있다. 한미동맹이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동맹이지만 주변국과의 관계를 우리가 주도적으로 풀기 위해서라도 전시작전권 전환 등 국방에 대한 자주권을 하루속히 갖춰야 한다. 북한이 우리를 만만하게 보고 무력적 도발을 하거나 다른 생각을 못하도록 우리가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전쟁 수행능력을 키워야 한다. 중국에도 끊임없이 '대한민국은 어떠한 경우에도 한미동맹이 중국을 적대하는 동맹이 아닐 뿐만 아니라 한미일 동맹을 통해 중국을 봉쇄하는 그런 동맹체제에는 우리가 가담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서는 유엔 회원국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와 함께 유엔의 제재 결의를 함께 수행하되 분단의 당사자로서 교류와 대화의 틀을 어떤 경우든 간에 회복시켜야 한다.
-사드 배치는 찬성인가?
▶한미군사동맹에 입각해 우리가 안보군사력을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한미군사동맹에서 합의한 1포대, 대북용, 미국 비용으로 사드를 배치한다는 합의에 대해 존중해야 한다. 다만 기지를 설치할 때 민주적 절차에 따라서 주민 동의 등 법적인 어떤 절차를 밟아줘야 한다. 안보니까 무조건 당신들은 입 다물고 무조건 따라오라고 해서는 국민들이 안 따라온다.
-연정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데?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현재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개혁입법, 국가 개혁과제를 관철시킬 방법은 연정밖에 없다. 국회선진화법도 만들어져 있지 않나? 국회선진화법을 극복할 수 있는, 180석 이상의, 가장 강력한 다수파를 형성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의 정권교체와 안희정 후보의 정권교체, 무엇이 다른가?
▶민주주의 리더십의 내용이 다르다. 문재인 후보는 여당에서 야당으로 정권교체하자는 구호 외에 다른 것이 없다. 나는 30년 정당정치인으로서, 직업정치인으로서 지난 7년 동안 민주당을 한 번 뽑아보지 않았던 충청남도에서 극단적 여소야대 상황 속의 지방정부를 이끌어왔다. 또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을 뛰어넘어 본 적이 없다. 본선 경쟁력이 가장 강한 내가 확실한 정권교체의 길이다.
※안희정 프로필
남대전고등학교 중퇴
고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고려대학교 철학과 졸업
통일민주당 김덕룡 국회의원 비서
자치경영연구원 사무국 국장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비서실 정무팀 팀장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열린우리당 논산'계룡'금산지구당 창당준비위원장
참여정부평가포럼 상임집행위원장
민주당 최고위원
36대, 37대 충청남도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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