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리영희가 쓴 '전환시대의 논리(1974년)'에 다음과 같은 추천사가 붙어 있다. '현대사와 국제정치 현실을 보는 시각에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불러 일으킨 고전적인 계몽서이다.'
전혀 과장되지 않은 평가다. 1970, 80년대에 자유와 인권을 꿈꾸던 젊은이들을 열광시킨 책인 만큼 그만한 대접을 받기에 충분하다. 진보 성향 인사들은 아직도 이 책을 아낀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리영희 교수를 '정신적 스승'이라고 했고,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추천도서 목록에 이 책을 앞자리에 세워놓고 있다.
지금 봐도 훌륭한 저술임이 분명하지만, 현재와 맞지 않은 부분이 꽤 있다. 중국 관련 기술은 지나칠 만큼 찬양 일색이다. 마오쩌둥 정권은 인민에게 봉사하는 정권이며, 문화혁명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인민의 위대한 행위라는 식이다. 이 책이 '고전적인 계몽서'로 불리는 이유다.
이 책과 또 다른 사회과학 서적인 '해방전후사의 인식'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미국은 나쁘고 중국은 잘 모르겠다'는 인식을 새겨 놓았다. 운동권이 포진한 더불어민주당의 외교'안보 정책을 보면 그 기조에 미국에는 반감을, 중국과는 대화를 강조한다. 그 이유는 젊을 때의 생각이 평생을 좌우했거나, 그 후에 공부나 고민을 하지 않았든지, 둘 중 하나다.
소설가 복거일은 "미국은 선량한 제국주의자이고 중국은 공격적인 제국주의자"라고 했다. '미국의 선량함'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중국이 힘을 앞세운 포악한 제국주의자임은 분명하다. 중국은 공산당 정권의 취약성을 극단적 민족주의로 보완해왔기에 제국주의 정책을 추구할 수밖에 없고, 가장 취약한 대상이 한국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 금지' '한국물품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앞으로 야욕의 발톱을 드러내면 더 큰 일을 벌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중국 심리학자 우즈훙은 저서 '거영국(巨嬰國)'에서 '중국은 덩치만 컸지, 심리적으로 영아적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철부지 나라'라고 했다. "중국인의 집단심리 연령은 1년 미만의 구강기를 넘기지 못했다. 영아들은 보살핌을 잘 받으면 만족감을 느끼고 세상이 자기 뜻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상이 중국의 외교'국방 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으니 두려울 수밖에 없다. 미국도 믿기 어렵고, 중국은 더 믿기 어려우니 한국의 갈 길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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