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의도 통신] 탄핵 선고 후 경제적 관점

금융가와 정치권이 밀집한 여의도 밤거리가 어느 때부터인지 썰렁해졌다. 불야성을 이루던 골목은 밤 10시만 되면 인적이 뜸하다.

저렴하지만 매일 맛깔나는 반찬으로 직장인들의 인기를 끌던 한 음식점은 최근 "임차료도 못 낸 지 오래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손님들께 미안하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식당 입구에 붙인 채 폐업했다.

꽁꽁 얼어버린 바닥 경제는 비단 여의도뿐 아니다. 서울 시내 곳곳은 물론이고 대구와 부산, 대전을 망라하고 전국적으로 확산된 지 오래다.

경제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헌법재판소의 최근 대통령 파면 결정은 '정치 리스크가 완화되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 결정의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용이든 기각이든, 정치 일정이 확정돼 지금까지 지속됐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역부족이다. 이후가 더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선 '정권 공백기 지속'과 '대선 정국 진입'에 따른 또 다른 정치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특히 새 정부가 출범되기 이전까지 약 60여 일 동안의 정권 공백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정책의 추진력과 일관성 문제가 우려된다. 또 본격적인 대선 정국에 진입하면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인 포퓰리즘 확산, 사회 내 갈등 등 사회적 측면에서의 불안전성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경제의 불황이 고착화되는 가운데,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리스크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이제는 정치적 이슈에 대한 관심보다 경제 현안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걱정하는 가장 큰 리스크는 남북 관계 경색에 따른 한국의 대외 신인도 하락과 외국인 투자 감소이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대미 수출 타격, 유럽연합 시스템 붕괴로 인한 세계경제 위기, 가계부채 증가, 사드 도입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 등도 시급한 경제 현안이다.

어느 하나도 등한시할 문제는 아니지만 정치권 어느 곳도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 대선 후보자들은 지지율 올리기에 혈안인 데다 각 정당들도 경제 위기에서 눈을 뗀 지 오래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문제는 찬성이다. 하지만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더라도 현재 처한 경제 위기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다. 대선 경쟁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시급히 경제에 눈을 돌려 대선 이후에 닥쳐올 경제 한파를 자신의 일처럼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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