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수길의 경북 장터 사람들] <10>반야월장터 부침개 장수 이규순 할머니

대도시 대구 도심에서 만나는 시골의 맛

반야월 장터 이규순 씨가 맨손으로 직접 부친 전은 시골 향수를 느끼려는 손님들이 많이 사 간다. 한 번 찾아온 손님들은 장날이면 꼭 찾아온다고 한다.
반야월 장터 이규순 씨가 맨손으로 직접 부친 전은 시골 향수를 느끼려는 손님들이 많이 사 간다. 한 번 찾아온 손님들은 장날이면 꼭 찾아온다고 한다.
이수길 작가
이수길 작가

전국 방방곡곡 번성하던 5일 장터는 시대적 흐름으로 점차적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도 대도시 5일 장터는 인구가 늘면서 장터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대구시 반야월장도 도심 속에서 번창하면서 서민들의 삶의 소리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는 장터이다. 대구시 동구에 위치한 반야월장은 끝에 오는 숫자가 1일과 6일(1, 11, 21, 31일과 6, 16, 26일)에 장이 선다. 대도시에 있지만 시골 분위기가 풍겨 멀리 가지 않아도 사람 사는 맛을 즐길 수 있는 장터가 반야월장이다.

이규순(71) 씨는 시골 맛 듬뿍 담긴 부침개를 구우며 장에 오는 사람들의 침샘을 자극하고 있다. 장터 골목을 거닐다 보면 부침개 부치는 소리와 김치전 냄새에 저절로 찾아가게 된다. 전집 안은 손님들로 꽉 찼다. 손님이 많아 줄 서는 것은 기본이다. 미리 돈을 주고 주문해 놓으면 장을 보고 난 후 찾아갈 수도 있다. 이 씨는 "시골장터에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값싼 먹을거리를 대접하려고 시작했는데 이렇게 대박이 터질 줄은 몰랐다"며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이 씨가 파는 전은 해물파전, 김치전, 장떡, 배추전, 정구지전, 녹두빈대떡 등이다. 해물파전은 5천원, 녹두빈대떡은 3천원에 팔고 나머지 전은 2천원에 판다. 막걸리(한 주전자 2천500원)도 곁들일 수 있어 옛날 시골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말하면서 왁자지껄 즐길 수도 있다.

장날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연다. 손님들이 너무 많이 몰려와 전을 굽는 사람들은 밥 먹을 틈도 없다. 오전 11시에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오후 8시까지 꼼짝없이 전을 부치고 판다고 한다. 종일 서서 일하다 보니 허리와 관절이 아프지만 손님들이 많이 찾아 행복한 마음으로 일한다. 손님들은 고향의 옛 맛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하고 이 씨는 주머니가 두둑해져 행복하다. 보통 오후 5시쯤이면 인기 있는 정구지전과 녹두빈대떡은 동이 난다. 찾는 사람들이 많아 일찍 마감한다. 다른 장터에서 만나보기 힘든 시골 맛이 듬뿍 담긴 김치전, 장떡 맛은 반야월 장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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