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이 시국에 관광성 외유? 민심 아랑곳없는 김천시의회

사드 배치 등 중대 현안으로 지역 민심이 뒤숭숭한 상황에서 김천시의회 의원들이 관광성 해외 연수를 강행했다. 더욱이 김천시의회는 시의원 해외여행 경비를 최고 등급으로 일괄 인상하는 조례 개정도 추진하고 있어 의정 활동보다 해외여행에 관심이 더 많다는 눈총까지 받고 있다.

이달 16일 김천시의회 의원 17명 중 8명은 시의회 공무원 4명과 4박 6일 일정으로 두바이로 떠났다. 이들의 해외 연수에 소요된 예산은 총 2천만원이다. 그런데 "선진지 견학 차원의 해외연수"라는 이들의 설명과 달리 일정을 보면 두바이시청과 신재생에너지 박람회를 제외하고는 쇼핑몰, 고층타워전망대, 사막 사파리, 음악 분수쇼, 페라리 월드, 마리나워크 등 대부분 관광성 코스로 짜여 있다. 연수는 명분일 뿐 해외로 관광을 떠났다는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다.

백번을 양보해 김천시의회 주장대로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 해외 연수를 갔다고 치더라도 시기가 부적절하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성주 배치가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김천도 초비상 상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김천에서는 200일 넘게 사드 반대 집회가 열리는 등 언제 불상사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인 만큼 시의원들은 '비상 대기'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시의회가 국가 안보를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수용한다 하더라도 지역민의 상실감을 위로할 수 있는 반대급부를 정부로부터 얻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해야지 한가로이 선진지 견학이나 할 상황은 아니다.

더구나 최근 들어 김천시의회가 시의원 해외여행 경비를 여행지와 관계없이 가장 높은 등급에 맞춰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례 개정안을 공고한 것과 관련해서도 지역 여론이 곱지 않은 마당이다. 시의원들이 지역 현안은 외면한 채 여행 경비 올리는 데 관심을 쏟고, 지역구가 난리통인데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최고 덕목 중 하나는 지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인데, 김천시의회를 보면 지방의회 무용론이 왜 끊이지 않는지 이유를 알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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