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찾은 삼성크리에이티브캠퍼스(북구 침산동'이하 삼성캠퍼스). 옛 제일모직 기숙사 건물 앞에 서 있는 20여m 높이 히말라야시더에서 짹짹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렸다. 가지 곳곳에 앉아 있는 왜가리(황새목 왜가리과)들의 울음소리였다. 삼성캠퍼스 관계자는 "겨울에는 몇 마리만 보였는데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며 "지금은 히말라야시더 두 그루에 10여 마리가 산다"고 했다.
대구 도심에 왜가리 떼가 둥지를 틀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박희천 경북대 조류생태환경연구소장은 "철새 집단서식지인 수성구 팔현마을 주변에 살던 왜가리가 북구 매천대교 건너편 서식지로 이동하다가 중간 기착지로 삼성캠퍼스를 택한 것 같다"며 "금호강과 신천이 가까이 있어 먹이 활동을 하고 돌아와 지내기에 적당한 장소"라고 말했다. 또 "왜가리는 여름 철새이지만 일부가 겨울에 동남아시아 등지로 떠나지 않고 머물며 텃새화됐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왜가리가 삼성캠퍼스를 찾은 것은 1990년대 말 이후로 추정된다. 1970년대 말~1980년대 초 제일모직에서 근무했던 최광교 대구시의원은 "당시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광경"이라며 "1990년대 중반 공장이 문을 닫은 후 사람 왕래가 없다 보니 새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북구청 관계자는 "10여 년 전에는 히말라야시더 나무 전체가 하얗게 보일 정도로 새가 많았던 적도 있었다"며 "방치됐던 공장 터가 개방되면서 주변의 이목을 끄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캠퍼스 측은 왜가리와의 공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개체 수가 적지않은 만큼 배설물이 많아서다. 삼성캠퍼스 한 관계자는 "나무 아래로 떨어지는 배설물이 상당해 청소에 애를 먹고 있다. 차량에도 수시로 떨어져 난감하다"며 "무작정 쫓아낼 수도 없어서 최선의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소장은 "새는 환경오염 여부를 전해주는 지표로 인간과 함께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다만 배설물이 어린이, 호흡기가 약한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적절한 숫자로 조절할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삼성은 90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말 완공한 삼성캠퍼스 개소식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이곳에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전했으며, 벤처'창업기업 30여 곳이 입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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