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환묵 스마트시니어연구소장이 말하는 '시니어 산업' 방향

정환묵(74·대구가톨릭대학 부총장) 스마트시니어연구소장은 IT 전공 공학박사 출신이다. 그는 IT(정보기술)와 BT(생명공학) 융복합을 통한 건강한 노년 생활에 대해 연구하다 시니어 산업과 정책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일본 등 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를 견학하며 시니어 산업 전반에 대한 독학을 시작했고 최근에는 스마트시니어산업연구소까지 열었다. 정 소장은 대한민국이 2025년이면 일본을 뛰어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만큼 시니어 시프트 시대에 대비해 시니어 선진국이 돼야 한다고 했다. 정 소장을 통해 국내 시니어 정책과 산업 현황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학력 수준 높은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 후에도 일해야 사회가 돌아가

나이 들면 일 못한다는 편견 버려야

노인의 지식·경험 활용할 연구 필요

재교육 프로그램 통해 일자리 제공

계속고용제 도입도 정책적 검토해야

1) 2025년 한국은 '시니어시프트 시대'

-고령화사회라고 뉴스에서 자주 언급하지만 우리가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고령화사회는 무엇이며 어떤 현상을 말하는 건가요.

▶시니어에 대한 구분은 정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60세 이상을 노인 또는 시니어라고 합니다. 노인 인구 비율이 높아지면 사회는 고령화사회→고령사회→초고령사회가 됩니다. 우리 사회는 노인을 젊은 사람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고 체력적으로 약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노인은 일하지 못하는 보호자 취급을 받습니다. 이런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고령화사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노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거나 반드시 바뀌어야만 할 것입니다. 첨단 의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건강한 노후를 맞이하는 고령인구가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출산'고령사회에 대한 사회 환경이 점차 고령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니어시프트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등교육을 받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사회 경험이 풍부하고 건강하기까지 하면 더 오래 일할 수 있겠군요.

▶맞습니다. 시니어 일자리는 청년 일자리를 잠식할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청년 일자리와 시니어 일자리는 상호보완 관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은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하지만 일본의 선례를 보듯 청년 인구는 계속 줄어 결국엔 일자리가 남게 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은퇴 후에도 계속 일을 해야 나라의 동력이 계속 돌아가게 되는 거죠. 다른 의미로 평생 일할 수 있는 현재의 베이비부머 세대는 늙어서도 일할 수 있는 축복받은 세대가 되는 겁니다. 학력 수준이 높고 사회 각 분야에 다양한 일자리가 있기 때문에 전문 분야에서 계속 일하면 됩니다.

2) 노인에 대한 복지 정책'연구 바꿔야

-예비 시니어인 베이비부머 세대는 교육 수준이나 사회 경험이 이전 세대와는 다를 텐데요?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노인을 보호 대상으로만 인식해 왔습니다. 노화에 따라 능력이 저하한다는 편견을 이제는 버려야 합니다. 고령사회의 시니어를 생산 현장에서 은퇴했다고 마치 잉여 인간으로 간주해서는 안 됩니다. 그분들의 지식, 노하우, 정보, 인품 등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니어를 생산 가능 인구로 편입해서 소득과 소비의 주체가 되고, 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의 규모를 늘려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여야 합니다.

물론 신체적으로도 현재의 노인이 예전보다 건강합니다. 일본 동경대학에서 발표한 '통상보행속도'에 관한 연구발표에 따르면 1992년과 2002년 10년 사이 남녀 모두 11살이나 젊어졌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노인을 노(老)인이 아니라 노(勞)인이라 불러야겠군요.

▶그렇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에 대한 복지 정책이나 정부 차원의 연구도 새로 몸에 맞게 바꾸어야 합니다. 여태까지는 노인을 보살피는 대상으로만 인식해 그들에 대한 연구도 보건과 복지에 국한시켜 논의됐습니다. 노인 스스로도 자신을 과소평가해 왔지만 앞으로는 그들에 대한 이미지나 사회적 역할이 아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베이비부머의 시대적 역할과 사명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회 발전에 투입하려면 좀 더 광범위하게 그러면서도 세분화하여 그들을 연구해야 합니다. 현재의 사회복지(의료, 복지)제도는 고령화사회의 대응책이 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3) 정부 차원의 연구 절실한 시점

-정부 차원의 시니어 연구라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요.

▶우리들의 인식과 사회 시스템에 고착화된 연령 장벽을 허무는 일 또한 중요하지요. 우리나라는 고령화 선진국입니다. 이로 인해 생기는 과제에 대해서도 다른 국가의 사례를 참고하기보다 새로운 모델을 연구해야 합니다. 새마을운동의 성공 사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시니어 산업 성공 모델 국가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봅니다. 외국에서 연구되고 있는 정년 연장이나 계속고용제도의 도입 등도 향후 정책적으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미국의 국립보건원(NIH)은 50세 이상 직원이 47%에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고령화 선진국으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서도 다른 국가의 사례를 참고하기보다 우리 스스로 연구해서 새로운 시니어 산업 선진국이 돼야 합니다.

-노인 일자리에 대한 교육이 시대 흐름에 맞춰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도 중요해 보입니다.

▶초고령사회에 대한 대학 차원에서의 연구가 선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역할이 기대에는 매우 부족한 것 같습니다. 대학의 평생(사회)교육원 본래의 취지를 살려 고령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분야에 적합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통하여 다양한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고령화사회의 이점을 살린 다른 나라의 예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외국의 일부 기업들은 고령자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거나, 분사화 내지는 신규 업무 영역을 창출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노인을 타깃으로 한 산업이나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지요. 향후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되는 우리나라는 고령화를 한발 앞서 겪은 일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미래 한국의 시니어사회를 미리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 검토되고 있는 사망 소비세 도입은 고령사회의 변화를 실감케 합니다. 사망 시에 소비세를 받아 그것을 후기 고령자의 의료비에 사용하다는 취지에서 제안됐다고 합니다. 다양한 노인 산업군의 발전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심 유통 채널로 부상한 편의점, 기저귀 시장의 급성장, 대형마트, 오락실, 여행'식품'유통시장 등에서 시니어가 주 고객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어요.

-시니어에 대해 연구하거나 시니어 비즈니스를 개척하는데 주의할 점은 무엇일까요.

▶노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노인의 모습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인식은 인구의 고령화가 경제 발전을 저해한다는 등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노화에 의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논리는 인간의 잠재력과 개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과학적 검증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 선진국입니다. 대한민국이 성공적인 시니어사회 모델을 만들면 세계가 우리를 배우게 됩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시니어 산업이 선진국에 비해 후발주자로 평가되지만 정책적인 면은 우리가 앞서갈 수 있습니다.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시니어 산업 육성 가능 분야에 반드시 필요하면서 성과가 확실하게 예측되는 분야에 가용자원을 집중하여 국내 시니어 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니어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맞이하는 초고령사회를 기회로 활용하여 성공한 국가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실패한 국가가 되어 버릴지는 우리들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시니어시프트=비즈니스의 주요 타깃이 중'장년층에서 고령세대로 옮겨가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 인구 고령화의 영향으로 제품과 서비스가 시니어 중심으로 재편되는 현상을 말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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