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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물 끓여 만든 자염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 울진군 염한이 조희조 씨

천일염보다 칼륨 6·칼슘 4배 많아…바닷물 1.5t 끓여 소금 150kg 생산

동해안 유일의
동해안 유일의 '염한이' 조희조 씨가 12시간 이상 끓여낸 가마솥에서 청염을 옮겨내고 있다. 온도 조절과 소금에 불 맛을 더하기 위해 조 씨는 지금도 참나무 장작을 이용한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신동우 기자

"음식은 생명 그 자체죠. 그런 의미에서 소금은 생명의 근원과도 같은 것 아닌가요?"

울진군 전통 염한이 조희조(61) 씨는 첫 만남에서 자신의 얼굴을 만져 보이며 "고된 일을 하는 것에 비해 이 정도면 젊어 보이지 않습니까"라며 웃었다.

정말 예순이 넘은 나이에 비해 피부가 탱탱하다. 매일 자신이 직접 만든 소금물을 한 잔씩 마시는 것이 비결이란다. 염한이는 '염을 하는 이', 즉 소금을 만드는 사람을 일컫는 고유어다. 조 씨는 현재 동해안에서 유일하게 우리 전통방식의 소금을 만들어 내는 장인이다.

"고구려 때부터 우리나라의 전통 소금 생산 방식은 가마에서 바닷물을 끓이는 것입니다. 이를 자염이라고 합니다."

조 씨는 2대째 전통을 이어온 염한이다. "어릴 적 아버지를 돕다 상처도 많이 입었다"며 발목 등에 화상 자국을 보여준다. 너무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잠시 조각가로 활동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찾았다. 하지만, 아버지의 흔적이 사라지는 게 안타까워 2013년 울진토염영어조합법인을 만들고 가업을 잇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울진엑스포공원 내 소금체험공방에서 소금을 만들고 있다. 전통 방식에 옹기를 활용하는 등 자신만의 노하우를 더해 '동해청염'이라는 자체 브랜드까지 만들었다.

"우리 선조들이 바보가 아닌 바에야 일부러 힘들고 많이 나오지도 않는 방식으로 소금을 만들어 낼 리가 없죠. 천일염에 비해 무척이나 힘들지만, 영양이 풍부하고 훨씬 맛이 좋은 게 바로 우리 전통 소금입니다."

천일염이 일제강점기의 잔여물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1907년 전쟁 물자 조달을 위해 일본의 대량 생산 방식을 도입한 것이 바로 현재의 천일염이다.

과거 동해안을 중심으로 생산되던 전통 소금은 청정 바닷물을 황토 등에 개어 염도를 높이고, 이를 다시 가마에서 700℃ 이상의 온도로 끓이는 방식이었다.

그만큼 품이 많이 들고 가격도 비싸지만, 불순물이 없어 훨씬 깨끗하며 맑은 맛을 낸다. 조 씨 역시 1.5t의 바닷물을 끌어다 12시간 이상을 끊임없이 저어가며 끓여 겨우 150㎏ 정도만을 만들어 낸다. 대신 이렇게 얻은 소금은 일반 천일염에 비해 칼륨은 6배, 칼슘 4배, 마그네슘은 3배에 달할 정도로 영양이 풍부해진다.

떫고 쓴맛이 안 나며 달고 감칠맛이 더해진다. 살짝 찍어 먹어보면 소금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단맛이 혀끝을 감쌀 정도다. 조 씨에게 이 감칠맛은 단순히 우수한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을 떠나 생명을 살리는 음식을 만든다는 자부심이기도 하다.

"나트륨 과다 섭취 등 요새 소금을 두고 말이 많죠. 정말 중요한 것은 단순히 소금을 적게 먹는 것보다 좋은 소금을 먹는 것입니다. 정성이 들어간 소금이 더 이상 천대받지 않도록, 많이 먹을수록 오히려 건강에 좋은 최고의 소금을 만드는 것이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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