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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닥친 사드 보복 도미노] 26년째 이어온 교류행사도 위기…마라톤대회 '감감무소식'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관광도시 경주에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중국 관광객으로 붐볐던 첨성대 모습. 경북관광공사 제공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관광도시 경주에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중국 관광객으로 붐볐던 첨성대 모습. 경북관광공사 제공

주말을 맞은 지난 17일 경주 관광1번지로 불리는 경주보문단지에는 관광객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한산했다. 3월 중순에 접어들어 낮기온이 연일 15℃를 오르내리며 완연한 봄날이지만 관광객의 모습은 많지 않았다. 보문단지 내 관광객이 가장 많이 붐빈다는 물레방앗간과 경주월드 앞,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앞 음식단지에도 관광객 숫자는 손가락으로 셀 정도로 한산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경주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불국사도 마찬가지였다. 경주 관광객 수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불국사 입장객 수도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경주의 수학여행 전문 숙박시설인 불국사 여관촌에는 지난해 가을부터 아예 문을 걸어 잠그고 '개점휴업' 상태다.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이 딱 맞아떨어지고 있다. 예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발 사드 보복과 지난해 9'12 지진이 관광지 경주의 지형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중국발 사드 보복 관광경주 직격탄, 각종 교류사업에도 영향

경북 관광을 책임지고 있는 경북관광공사는 "경주시가 전반적으로 겪는 사태지만 보문단지 내 음식점과 상인들은 씀씀이가 큰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사라지면서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당분간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보문단지의 중국인 관광객 감소 폭은 10%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감소 폭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경주 시민도 "보문단지와 경주지역 각 유적지에는 봄'가을에 온통 중국인 관광객으로 왁자지껄하며 시끄러웠는데, 최근에는 중국인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은 경주시내 전체적인 관련 업종에도 도미노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이는 사드와 무관할 것 같은 경주의 대표적인 전통시장도 사드의 영향을 받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사드 사태 이후 경주중앙시장과 성동시장에 중국 관광객이 사라져버려 올해 목표로 잡았던 5만 명 중국인 유치 목표도 차질이 생겼다. 정동식 경주시장상인연합회장은 "중국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여행사들이 필수 관광코스로 경주 전통시장과 야시장 투어를 실시하고 있는데 평소 하루 10~20여 대가량 오던 차들이 최근에 뚝 끊겨 버렸다"고 말했다.

경주 관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김해공항의 중국 왕복 항공편수도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하이난으로 주 4회 운항하던 에어부산이 주 2회로 편수를 줄였고, 상하이로 운항하던 티웨이항공이 오는 6월 말로 운항이 종료되지만, 운항 재개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권영찬 김해공항 항무팀장은 "중국을 오가는 항공기의 전체적인 운항 횟수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중국인 탑승률이 10~20%가량 줄어든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경주와의 스포츠 교류도 중단 사태

경주시와 경북도, 경북관광공사가 중국과 추진하고 있는 각종 교류사업이 취소되거나 축소되고 관광상품 판매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중국과 추진한 '2016 중국인 대구경북 방문의 해' 후속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후속사업 가운데 신라 왕자 출신이며 24세에 출가해 당나라로 유학, 중국 4대 보살 성지가 된 김교각 관광자원화 사업이 양해각서(MOU) 체결 후 세부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인 맞춤형 특수목적관광 등 관광상품 판매도 차질을 빚고 있다. 농촌-새마을운동 벤치마킹단 유치 상품이 중단되고, 산둥여유유한공사와 연계해 추진 중인 팸투어 및 홍보설명회가 연기됐다. 또 윈난성, 쓰촨성 예술인 및 여행업 관계자 팸투어 등도 무기한 연기됐다.

당장 4월 1일로 예정된 벚꽃마라톤대회에 중국 시안시 우호단의 방문이 예상됐으나 개최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참가하겠다는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 행사는 봄에 중국 측이 경주를 방문하고 가을에는 경주시 방문단이 중국 시안성 성벽 내 왕복 10㎞를 달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데, 중국 측이 방한하지 않아 행사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로 26회째를 맞은 경주시와 중국 시안시의 교류는 지금까지 정치적 목적으로 불참한 전례가 없어 사드 보복이 순수한 민간교류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 경주시가 8월에 개최하는 제7회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도 중국팀의 참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지나친 유커 의존도에서 벗어나 관광객 다변화 필요

김대유 경북관광공사 사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 앞서 일본과 동남아, 이슬람권 등과 교류를 넓히고 각종 홍보활동 영역을 넓히는 등 관광 다변화를 하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관광공사는 SNS 등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유학생 기자단 강화, 파워블로거 팸투어, 실시간 관광정보 제공 등 중국인 단체관광객 위주에서 벗어나 개별여행객(FIT) 유치에 집중하는 등 조용한 홍보를 벌이고 있다. 최근 늘고 있는 20대와 30대 중심의 싼커(散客·개별 관광객) 유치에 노력을 기울인다는 복안이다.

11월에 열리는 '호찌민-경주세계문화엑스포 2017'을 통한 홍보와 말레이시아(3월), 필리핀(7월), 싱가포르(8월) 국제박람회에 참가하는 등 동남아를 주력 국가로 하는 전담여행사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사드 보복과 지진 여파에 대비해 국내 관광시장을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됐다. 지난해 9월 지진 이후 500여 차례 계속된 여진으로 끊긴 국내 관광객 유치, 활성화를 위해 '내 나라 먼저 보기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초'중'고 수학여행 안심서비스 확대와 국내 전담여행사 지정을 통한 인센티브제 강화, 경주만이 가진 관광상품 홍보, 중'소 규모 시골형 마이스(MICE) 산업을 확대하고 있다.

정숙자 경주시 관광컨벤션과장은 "최근 경주시의 외국인 관광객 판도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넘어가는 과정인데, 사드 보복으로 중국 관광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이러한 관광시장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시장의 다변화를 모색하고 국내 관광시장이 활성화를 이루면 중국발 사드 보복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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