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건 속으로] 재력가 동창 술 먹여 유인, 3시간만에 판돈 1억 뺏어

적은 배당금 불만 바람잡이, 공모 사실 털어놔 범행 덜미

김모(50) 씨와 이모(54) 씨는 불법 도박판에서 알게 된 사이다. 김 씨는 불법 도박으로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렸고, 최근까지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이 씨는 뚜렷한 직업 없이 도박판을 기웃거리며 용돈벌이를 했다. 두 사람은 도박으로 한몫 잡자며 자연스레 의기투합했고 이른바 '호구'를 물색했다.

이들의 덫에 걸린 사람은 이 씨의 초등학교 친구이자 수십억원대 재력가인 A(53'부동산임대업) 씨였다. 도박판 경험이 더 많은 김 씨가 장소 섭외 등을 총괄한 '설계자'로 나섰고, 가끔 A씨와 어울렸던 이 씨가 '재미있는 도박판이 있다'며 유인했다. 바람잡이 역할을 할 여성 손모(55)'최모(64) 씨도 끌어들였다.

김 씨와 이 씨는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10시쯤 술집으로 A씨를 불렀다. 소주 6, 7병을 나눠 마시며 분위기가 무르익자 두 사람은 다음 날 오전 1시쯤 술에 취한 A씨를 인근 사설 도박장으로 데려갔다. 이내 두 여성이 합석했고, 속칭 '구삐' 도박판이 벌어졌다.

A씨를 제외한 4명은 각본에 따라 움직였다. A씨가 손에 쥔 화투패의 끝수가 나머지 네 사람 중 한 사람의 끝수보다 낮도록 화투패를 몰래 바꿨고, 여성들은 A씨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애썼다. 결국 현금 2천만원을 들고 도박을 시작한 A씨는 3시간 만에 1억1천만원을 잃었다.

사단은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배당금 명목으로 각각 150만원씩 받은 여성 두 명이 금액이 너무 적다며 불평을 터뜨리기 시작했고, 끝내 공모 사실을 A씨에게 털어놓으며 사기극은 막을 내렸다.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1일 사기 도박을 벌인 혐의로 김 씨와 이 씨를 구속했고, 여성 두 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집중력이 떨어진 데다 두 여성이 바람잡이를 하면서 화투패를 바꿔치기하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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