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김경해의 마케팅 이야기] 스위스 다보스포럼과 우리의 자화상

대구 계성고 졸. 서강대 영문과 학사 및 석사. 초대 한국 PR 기업협회 회장. 전 서강대
대구 계성고 졸. 서강대 영문과 학사 및 석사. 초대 한국 PR 기업협회 회장. 전 서강대'중앙대'한양대 겸임교수. 해군 발전 자문위원. 국가보훈처 홍보자문위원

세계포럼 열리는 시골 마을 다보스

효용 최우선 하는 가성비 대표 사례

국내서 열리는 국제행사 외형 치중

남다른 콘텐츠 개발에 더 집중해야

매년 1월이 되면 세계 정치, 경제, 학계 등 각계 다양한 인사들이 세계경제포럼(WEF)에 참가하기 위해 스위스의 작은 마을, 다보스로 모여든다. 세계 각국 유력 인사들이 모이는 '경제 올림픽'인 세계경제포럼은 공식 명칭보다 '다보스포럼'이라는 별칭으로 더욱 유명하다.

다보스포럼은 매년 선정하는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는 국제적 포럼으로서 매년 2천여 명에 이르는 세계 유력 인사들이 참가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토론을 진행하고 주요 참가자의 의견과 발언이 전 세계 주요 언론 매체에 발표되기도 하여 국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례로 중국 국가주석으로는 처음으로 참석한 시진핑이 다보스포럼을 미국과 중국 간의 대립적 상황의 세계무대에 중국의 지도력을 과시하는 계기로 삼았고, 2016년 '4차 산업혁명'이 다보스포럼에서 주제로 채택된 것을 계기로 전 세계를 강타하는 이슈로 부상하기도 했다.

눈 덮인 스위스의 조용한 마을 다보스가 개최지로 선택된 이유는 특별하다. 바로 빼어난 자연경관 때문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토마스 만의 장편소설 '마의 산'의 무대로도 널리 알려지기도 했다.

필자는 지난 2015년 3월 다보스포럼과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제6차 다보스월드 커뮤니케이션 포럼'(WCF)에 연사로 초청받아 뜻깊은 '다보스 경험'을 한 일이 있었다. 전 세계 50여 개국으로부터 명성 높은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커뮤니케이션 전략과 방향'을 논하는 흔치 않은 세계적인 포럼에서, 한국 PR 업계를 대표하여 '한국형 위기관리 모델'에 대해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었다. 인천공항발 취리히행 비행기 속에서 필자는 '다보스 경험'에 대한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풀었다.

그러나 막상 포럼이 열리는 회의장에 도착했을 때 필자는 뜻밖의 풍경에 놀랐다. 드높은 명성과는 달리, 회의장 시설은 고작 우리나라 군'읍 수준에 불과했으며 부대 시설 또한 낙후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포럼에 참가한 300여 명의 글로벌 전문가들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는 강의장 하나가 전부였으며, 회의장 내부에 변변한 연회 시설이나 식당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 놀랍고 어이가 없었다.

허나, 막상 포럼이 시작되자 필자가 발표한 '한국형 위기관리 모델'에 대한 호기심 어린 질문과 전문가적 관심은 필자를 놀라게 하였다. 발표를 마치고 나서, 필자는 다보스에 대한 새로운 느낌과 시각을 갖게 되었다. 바로, 시설이라는 외형에 중심을 둘 것인지, 아니면 내용이라는 내성에 무게를 둘 것인지 하는 점이었다. 시골마을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적 포럼이야말로, 효용을 최우선시하는 가성비(value for money)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비교해 볼 때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올림픽 등 국제경기, 각종 국제회의와 다양한 국제적 모임 등 세계인의 모임 행사가 근래 들어 연중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각종 국제행사를 치르기 위해 '인텔리전스 빌딩'에 버금가는 최고급 사양의 건물과 부대 시설부터 준비하는 데 거의 전력을 다한다. 그러나 며칠간의 '이벤트'가 끝나면 수백억원이 들어간 시설물들은 그 이후의 적절한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텅 빈 유령 건물이 되거나 혹은 관리 부실로 흉물이 되는 것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본다.

바야흐로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의 시대가 열렸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에 즈음하여 우리나라도 지방자치단체들을 포함한 전국의 각 분야에서 양적으로 화려한 외형 성장보다는 질적으로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과 가치중심적 마케팅에 더욱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가 요즘, 정치적 혼란과 갈등으로 불안정한 상황 속이지만, 우리는 시선을 바깥으로 돌려 글로벌 가치중심적 마케팅을 지향한다면 새로운 비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시끌벅적한 한시적인 외형 가치가 아닌, 내재 가치라는 콘텐츠를 최고 브랜드로 내세우는 다보스포럼의 교훈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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