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사만어 世事萬語] 또 하나의 진박(眞朴)!

지난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를 제대로 끝내지 못한 채 '헌정사상 첫 탄핵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청와대를 떠나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제(21일) 무려 13개의 혐의를 받는 범죄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되었다.

탄핵의 찬'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이를 바라보는 대구경북민들은 누구나 착잡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80%의 대구경북민뿐만 아니라 나머지 20%도 박 전 대통령이 정말 성공한 대통령으로 남기를 기원했다고 믿는다. 인간 박근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 그렇게 되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모든 기대가 무너지고 '대통령' 박근혜에서 '민간인' 박근혜로 돌아오는 그날, 박 전 대통령과 진박들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절망을 느끼게 했다. 진박과 그 지지자들이 진정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충성했다면 '이런 꼴'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박 정치인들은 '박근혜를 이용해 사익을 취한 정치꾼'의 범주를 벗어나기 어렵다. 물론 가장 큰 잘못은 박 전 대통령의 무지와 무능, 불통에 있지만 말이다.

삼성동 자택 앞에서 폭력과 막말, 고성, 소란을 피우고 있는 일부 집회 참가자들의 행태에서는 말문이 막힌다. 박 전 대통령의 사저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있다. 어린이들이 이 같은 모습을 보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어떤 인물로 기억할지 제발 생각해 보길 바란다.

문제는 박근혜식 '무지'와 '무능', 막무가내 '불통'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12일과 21일 사이에 낀 15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5주년을 맞은 날이다. 한미 FTA 비준을 앞둔 2011년 우리는 이미 익숙해진 '촛불의 함성'을 처음 경험했다. 그 당시 난무하던 각종 괴담들을 접하며 "혹시나" 하고 소름끼쳐 했다. 그러나 모두 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창궐한다던 광우병은 발생 소식조차 없고, 과수농가들이 황폐화되지도 않았다. 의료비가 폭등하지도 않았고, 대미 무역흑자만 오히려 2배로 늘었다. 미국에서 FTA 재협상을 요구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데도 '광우병 촛불의 핵심세력들'은 진박들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반성이 없다.

이제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좌우 극단의 목소리가 활개치기 십상인 분위기이다. 극우 진박들과 박 전 대통령이 대척점에 선 극좌의 '또 다른 진박과 박근혜 정권'을 창조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가시질 않는다. 분열과 반목, 갈등의 데칼코마니가 박근혜식 창조정치의 실체는 아니지 않은가.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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