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습관성 유산

2차례 자연유산되면 또 유산 확률 35%

2회 연속으로 자연유산을 했다면 검사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대구효성병원 제공
2회 연속으로 자연유산을 했다면 검사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대구효성병원 제공

임신 28주를 맞은 안모(37) 씨는 배 속 아이의 건강을 확인할 때마다 안도의 한숨을 쉰다. 건강한 아이를 갖기 전까지 두 번의 아픔을 겪은 탓이다. 첫째 아기는 아기집이 있고 심장이 뛰는 것도 확인했지만 8주 만에 유산했고, 둘째 아기는 태아는 없이 아기집만 보인 채 끝났다. 검사 결과. 안 씨는 혈전증이 쉽게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인 '항인지질항체증후군' 진단을 받았고, 아스피린과 헤파린 처방을 받아 임신을 유지하고 있다.

아기가 세상의 빛을 보기까진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후 안정된 시기까지 도달할 확률은 30%에 불과하다. 임신이 되더라도 15~20%는 자연유산을 경험한다. 자연유산은 태아가 생존할 수 있는 시기인 임신 20주 이전에 임신이 끝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자연유산이 반복되는 습관성 유산은 아기를 원하는 부부에게 커다란 좌절감을 준다.

◆유산 거듭되면 임신 더 힘들어져

습관성 유산은 연속으로 3차례 이상 임신 20주 이전에 유산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자연유산이 거듭되면 임신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연구에 따르면 2차례 연속 자연유산한 경우 재차 유산될 확률은 35%가량이다. 특히 3차례 이상 자연유산 했을 경우 다시 유산될 확률은 50%에 이른다. 임신부 300명 중 1명은 이와 같은 습관성 유산을 경험한다.

습관성 유산의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가장 주된 원인은 면역적인 문제다. 자가면역질환으로 혈액 내에 항체가 증가하는 경우, 혈관 이상이나 혈소판 응집, 혈전 등이 생겨 태아에게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돼 유산을 하게 된다.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조직적합성 항원이 부부간에 비슷해도 유산의 원인이 된다. 이 경우 태아에게 거부반응을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차단항체가 형성되지 않아 면역세포가 태아를 공격한다.

임신 초기에 황체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 생성에 장애가 있거나 황체호르몬 수용체가 부적절하게 반응해도 임신 유지가 어렵다. 습관성 유산 환자의 30~50%는 황체기에 결함이 발견된다. 부모의 염색체에 이상이 있거나 자궁 기형,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경부 무력증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클라미디아나 헤르페스 바이러스, 톡소플라즈마 감염 등 바이러스 감염도 유산과 관련이 깊다.

◆2차례 연거푸 유산했다면 검사 받아야

자연유산이 이어진다면 원인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부모의 염색체 검사는 유전적인 요인을 따져볼 수 있고, 자궁기형 등 해부학적 원인은 MRI나 자궁난관조영술로 확인한다. 갑상선 기능이상, 당뇨병, 황체호르몬 장애가 원인이라면 적절한 약물 복용이 임신 유지에 도움이 된다. 면역학적 이유라면 혈전을 녹이는 헤파린과 아스피린으로 임신율을 높일 수 있다.

2차례 연속으로 자연유산을 했다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특히 유산 전에 한 번이라도 태아 심박동을 확인했거나 고령 산모인 경우,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 후에 유산을 경험한 경우에도 검사가 필요하다.

유산을 했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유산은 보기엔 눈에 띄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일상생활로 바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신체 회복이 늦어지고 다음 임신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김정하 대구효성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습관성 유산을 겪고 있다면 임신 계획부터 출산 후 관리까지 함께할 주치의를 정하고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다음 임신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정하 대구효성병원 산부인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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