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남성 이모 씨는 최근 가족 몰래 100만원이 넘는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받았다. 퇴근길마다 1, 2시간씩 찾는 인형뽑기방에서 매일 3만원 이상 쓰다 보니 현금서비스까지 받게 된 것이다. 이 씨는 "집에 일찍 들어가도 할 일이라곤 TV를 보는 일뿐이라 인형뽑기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며 "아슬아슬하게 인형을 못 뽑으면 집에 들어갔다가도 생각이 나곤 해 산책 간다며 나와서 인형뽑기방에 다시 갈 때가 있다"고 했다.
중년 남성들이 인형뽑기나 모바일게임'PC게임 등 소소한 중독에 빠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작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이들 게임이 사회에서의 실패나 스트레스 등에 시달린 중년남성들에게 일탈 창구가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업체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체 모바일게임 이용자의 26%는 30대 이상의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스마트폰'인터넷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스마트폰 중독 잠재적 위험군(금단'내성'일상생활 장애 중 1, 2개 증상을 보이는 경우)이 40대 9.1%, 50대 4.4%였다.
실제로 스마트폰에 전화번호가 등록된 사람들이 서로 순위를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에서는 중년 남성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직장인 박모(28) 씨는 "50대 초반인 회사 상사가 유행한다는 모바일게임은 모두 1등을 섭렵하고 있다. 회사에서도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계속하고 있는데 아마 집에서도 게임만 하시는 것 같다"고 했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뿐 아니라 PC게임이나 인형뽑기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인형뽑기방에서 하루 수만원을 쓰거나 PC방에서 밤늦은 시간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중년 남성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목격된다. 달서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슬쩍 말을 걸어보면 집에서 게임을 하기 눈치 보여서 나왔다는 가장들이 꽤 많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상당수 중년 남성들이 불안이나 답답함, 우울 등으로 모바일게임이나 인형뽑기 등을 찾게 되며 중독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사회적으로 실패를 경험하거나 직장에서의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을 경험한 중년 남성들이 작은 성취감을 느끼면서 중독에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손영화 계명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인형뽑기의 경우 취업난에 시달리는 젊은 층에서도 중독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일상생활에서 느끼기 어려운 소소한 성취감을 상대적으로 쉽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중년들의 경우 사회적 불안 요소와 함께 최근 가족 내에서 가장의 역할 상실 등도 스트레스의 요인이 돼 이런 중독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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