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恨 맺힌 세월호, 이제 뭍으로 가자…1073일 만에 수면 위로

심하게 부식되고 부유물 쌓여, 선체에 새겨진 이름도 지워져

23일 오후 공중에서 촬영한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이뤄지는 세월호 인양 장면. 세월호와 잭킹바지선 간 간섭에 따른 문제를 해소해 수면 위 13m 인양을 목표로 신중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연합뉴스
23일 오후 공중에서 촬영한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서 이뤄지는 세월호 인양 장면. 세월호와 잭킹바지선 간 간섭에 따른 문제를 해소해 수면 위 13m 인양을 목표로 신중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연합뉴스

23일 승객 304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맹골수도 아래로 모습을 감췄던 세월호가 1천73일 만에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3년의 기다림 끝에 만난 세월호는 한눈에 봐도 심하게 녹슬어 있었다. 한때 흰색과 파란색이 어우러져 매끈했던 선체는 부식돼 온통 얼룩덜룩 붉게 변해 있었고 여기저기 긁힌 흔적과 오랜 시간 해저에서 켜켜이 쌓인 부유물이 지저분하게 들러붙어 있었다.

인양 작업이 계속되면서 1'2층 화물칸인 파란색 하부와 3'4층 객실, 5층 조타실'객실이 있는 흰색 상부 등 세월호 우현의 전체 모습이 물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선체에 새겨져 있어야 할 'SEWOL'(세월)이라는 이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맹골수도의 험한 물살과 아픈 세월을 견뎌내기 버거웠던 듯 이름마저 흔적도 없이 지워버린 것이다.

밤새 선체가 떠오르기만을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미수습자 가족들은 사랑하는 아이와 가족이 3년간 잠들어 있던 세월호의 처참한 겉모습에 가슴을 치며 울음을 터뜨렸다. 단원고 학생 조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는 "우리 아이가 저렇게 지저분한 데 있었구나. 불쌍해서, 추워서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억장이 무너졌다"며 가슴을 쳤다.

본격적인 인양 작업에 돌입한 지 17시간여 만인 오후 2시쯤 세월호가 수면 위 6m까지 떠오르면서 선체가 더 또렷하게 보였다. 해가 지기 전까지는 8.5m까지 올라왔다. 세월호를 물 위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잭킹바지선의 인양줄에 선체가 닿는 간섭 현상 때문에 속도를 내던 인양 작업이 다소 지체된 때문이다.

당초 이날 오전 11시쯤 선체가 해양수산부가 설정한 목표 높이인 수면 위 13m까지 떠오를 것으로 예상됐지만 작업이 지체되어 작업팀은 이날 밤늦게까지 인양작업을 이어갔다. 다행스러운 것은 24일까지 이어지는 소조기 동안 현장 해역은 파도는 잔잔하고 바람도 강하지 않아 기상 여건이 좋을 거라는 점이다. 광주지방기상청은 "24일 서해 남부 앞바다와 먼바다 사이인 인양 현장 해역은 파고가 높지 않고 바람이 세지 않아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세월호 선체가 안정 상태로 확보되면 미수습자 9명에 대한 수색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본격적인 선체 수색은 세월호가 목포 신항으로 옮겨지고 나서 시작된다. 선체 수색 전 과정도 촬영해 자료로 보존한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국정 현안 관계 장관 회의에서 "해양수산부 등 관계 부처는 세월호 인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고, 그 이후 선체조사 등 필요한 조치를 철저하고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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