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황유선이 만난 사람] 임이석 대한피부교정치료학회 회장

"피부과, 미용시술보다 피부병 치료가 우선이죠"

사진=이무성 객원기자
사진=이무성 객원기자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면에 있다? 진부하다. 현실적으로 보자. 아름다운 얼굴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고 하지만 보기 좋은 외모를 가질수록 득이 된 지 오래다. 예쁘지 않으면 취업도 어렵고 연애도 어려운 현실이니 인정하기 싫어도 외모가 경쟁력이다. 그러니 간단한 미용 시술을 약국에서 소화제 사듯 쉽게 생각하는 경우도 수두룩하다. 대도시 번화가에는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우후죽순으로 자리 잡았고, 어린 학생들도 방학 때면 부모와 함께 병원에서 예뻐지기 위한 상담을 받는다. 피부에 좋다는 음식, 민간요법은 늘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미'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이다. 우리는 왜 '미'에 집착하는가. 아름다움이란 유지될 수 있을까. 최고의 아름다움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안고 대한민국 미의 1번지라 할 수 있는 서울 강남의 한 피부과를 찾았다.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을 역임한 임이석 원장은 현재도 대한피부교정치료학회 회장, 대한탈모치료학회 회장, 대한임상피부성형연구회 회장, 대한피부과의사회 고문, 대한피부레이저학회 감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맡고 있는 직함이 꽤 많다. 힘들 것 같다.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직을 마친 후 더 이상 자리를 맡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피부과의 저변 확대를 위해 주변의 많은 요청이 있었다. 이를 외면하면 이기적으로 비칠 것 같아서 힘들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피부과의 저변 확대가 필요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의외다. 이미 각광받는 영역 아닌가.

▶위에 언급한 학회 활동을 통해서는 피부과 전공의의 역량을 키우는 훈련을 한다. 전공의들의 심화학습기관인 셈이다. 가령, 여드름이나 기미 등의 질환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하고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수료증도 준다. 이런 식으로 피부과 관련 기반 조직을 탄탄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가 피부과 시술을 하지 않는 곳이 상당히 많다.

-피부과 위상이 크게 바뀌었다. '피부병'을 치료하는 곳에서 '아름다움'을 관리하는 곳이 된 것 같다.

▶유감이다. 피부질환은 보지 않고 미용치료만 하는 일부 피부과가 생기면서 나타난 부작용이다. 피부질환을 잘 치료하는 피부과가 좋은 피부과이다. 제가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을 맡았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피부과는 피부질환을 치료하며 피부를 정상화시키는 곳이다. 의학적인 기본 지식이 없으면 피부를 예쁘고 젊게 만들기 어렵다. 즉, 피부질환에 대한 전문지식 없이 정상 피부를 더 좋게 만들겠다고 하는 피부과는 본래 피부과의 취지에 충실한 곳이 아니다.

-하지만 실상은 좀 다른 것 같다. 정작 피부질환이 생겼을 때 갈 만한 피부과가 잘 안 보인다. 피부과를 찾더라도 '돈 안 되는 손님'이라는 생각에 괜히 눈치를 보게 된다.

▶피부과 전문의는 반드시 피부질환을 봐야 한다. 가끔 언론을 통해 피부질환 치료는 하지 않으면서 미용 시술만 하는 피부과 병원이 있다는 뉴스를 봤다. 피부과학회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 병원은 징계를 하고자 한다. 피부과에서 피부질환에 대한 진료를 거부당할 경우 언제든 대한피부과의사회로 제보해 달라. 시정조치를 할 수 있는 내부 규율이 마련돼 있다.

-어쨌든 피부과가 '미'를 다루는 병원임은 부정할 수 없다. 어떤 계기로 그렇게 되었는가.

▶외국에서는 피부과가 '피부미용외과'의 성격을 갖는다. 피부과가 미용 분야를 담당해 왔는데 피부과 전문의가 성형을 주도하기도 하고 피부암 수술을 맡기도 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50년 전 '피부비뇨기과'로 출발했다. 이후 피부과와 비뇨기과가 분리됐지만, 여전히 피부과라고 하면 피부질환만을 치료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나라도 이제 외국과 유사한 형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피부에 좋다고 하면 무엇이든 주입하고 바르는 것을 보면 한국 사람들이 피부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왜, 그리고 언제부터 '피부의 아름다움'에 집착하게 되었나.

▶사실, 우리는 피부가 좋은 민족이다. 외국의 경우, 어린 시절에는 피부가 굉장히 좋았다가 30대에 들어서면서 순식간에 나빠지는 민족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피부에 적당한 색소를 포함하고 있어서 자외선으로부터 손상될 위험이 백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노화속도도 느리고 깨끗하고 밝은 톤의 피부를 유지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일본에서 성형 또는 미용 시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가 우리나라가 관련 기술을 빠른 속도로 키워가면서 국민들의 미용 수요를 감당할 수 있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예컨대, 일본은 의료용 레이저 기구를 한 대 들여오면 여러 병원이 그 한 대의 레이저를 사용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경쟁적으로 병원마다 레이저 기구를 들여오니 피부과 전문의들의 레이저 사용 빈도가 잦아졌고 기술 수준도 덩달아 높아졌다. 현재는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미용치료 기술 측면에서 더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한류도 한몫을 해서 '한국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오는 외국인들도 많아지니 더 신경을 쓰게 됐다. 또 동안이거나 예뻐 보이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 되고 노화방지에 관심이 높아진 이유도 있다.

-최근 국정 농단 수사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 주변인들 역시 '노화방지'(anti-aging) 시술에 신경을 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용도 어마어마하고 소수 특권계층만 누리는 곳이 있다. 병원이 오히려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비용이 많이 드니까 경제적 부담이 있다. 다만, 최근에는 비교적 저렴하면서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시술도 많아졌다. 꼭 비싼 시술만이 답은 아니다. 본인에게 맞는 시술과 관리를 하면 최소의 비용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자외선 차단만 제대로 해도 웬만한 시술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보습 같은 경우도 돈이 많이 들지 않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 부담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불법시술을 받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지나치게 저렴하다면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의료인이 아닌 사람의 시술은 정말 위험하다.

-이제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나 기업인들까지도 '미'에 신경을 굉장히 쓴다. 바람직한 것인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인이나 최고경영자들도 스스로를 관리하는 차원인 것이다. 그분들도 대중의 시선을 받는 직업을 가졌으니 적절한 수준의 관리를 통해 깨끗한 외모를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략 2000년대 후반부터 이런 추세가 강해졌다. 이분들은 평소에 사진도 많이 찍히는데다가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면서 이제 SNS에 자신의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노출하다 보니 예전에 비해 외모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 굳이 대중에게 흠 잡힐 이유는 없지 않은가. 나이는 들었지만 젊고 패기 있어 보이는 정치인의 지지율이 더 높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방부제 미모'라는 말을 많이 한다. 변치 않는 아름다움이 가능은 한가.

▶제가 항상 얘기하는 것인데, 본인 나이보다 약 10살에서 15살 정도 젊게 보이도록 하며 깨끗한 피부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더 이상 젊어 보이자고 하면 어색해진다. 어떤 분들은 다른 사람의 사례나 연예인 사진을 보여주면서 그대로 해달라고 하는데 그것은 예쁘다고 할 수 없다. 심지어 나이가 70대이신 분이 30대 사진을 보여주면서 똑같이 해달라고 하는 분도 있는데 이 역시 적절치 않다. 줄기세포 등 새로운 의료기술이 나올 수 있지만 70대를 30대처럼 유지하긴 어려울 것이다.

-최근 젊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온갖 시술을 한다. 안전하다고 광고는 하지만 부작용이 없을 수 없지 않은가.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어떤 시술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서 하면 안 된다. 사람마다 피부의 형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피부의 민감성, 두께, 반응이 모두 다른데 무조건 획일화된 시술을 한다면 자연히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다. 어떤 시술이라도 일단 본인에게 익숙해진 다음부터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한탈모치료학회 회장이라는 직함이 눈에 띈다. 스트레스가 탈모의 주요 원인으로 알고 있다. 각박한 사회 속에서 요즘은 젊은 층도, 여성도 탈모로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좋겠나.

▶탈모 인구를 전체 인구의 5분의 1 정도로 본다. 5분의 2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탈모의 원인은 유전, 질환, 스트레스 등 다양하다. 특히 피부질환이나 갑상선질환, 출산 후 후유증, 내분비계통의 질환, 감염(곰팡이) 등으로 머리가 빠지기도 한다. 아이들의 경우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와 견인성(머리카락을 계속 잡아당김) 탈모도 적지 않다. 탈모를 방지하려면 모발에 신경을 써야 한다.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거나 빠지는 양이 많아지면 피부과에 가서 탈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파마나 염색은 적게 하는 것이 좋다. 단백질 변성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발을 말릴 때도 너무 뜨거운 열은 피해야 한다. 샴푸를 하고 나서도 두피에 (샴푸 성분이) 남아있지 않도록 잘 헹궈야 한다. 자외선도 좋지 않으니 통풍이 잘 되는 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머리도 자연 바람에 말리는 것이 좋다. 콩류의 단백질이나 요오드 성분이 풍부한 해조류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데, 기본적으로는 골고루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국내 병원을 찾는 외국인들이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 피부과 역량은 세계무대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나.

▶국내 피부과 치료 기술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이다. 해외에서 기술을 배우려고 온다. 기술력이 있는 싱가포르에서도 우리나라로 배우러 오고 러시아나 카자흐스탄에서도 온다. 주로 레이저 쓰는 방법, 보톡스 다루는 기술 등에 관심을 보인다. 아직까지 줄기세포 연구가 탄력을 받지 않은 것이 아쉽긴 하다. 그러나 줄기세포 기술도 곧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의사들은 우리나라에서만 수련을 하는지 궁금하다.

▶물론 우리도 외국에 가서 배운다. 미국 등지에서 열리는 미국피부과학회, 미국레이저학회 등 국제 학회에 참가한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노화방지 기술은 유럽에서 많이 연구를 하고 있다.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잘하는 것이 있고 다른 나라가 잘하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피부과 시술을 받고 가장 행복해 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들인가.

▶열등감 요소가 없어지는 경우인 것 같다. 예컨대 얼굴에 큰 점이 있어서 방에만 머물던 사람이 치료 후에 사회생활에 적응하게 된 이후에는 만족감이 매우 높다. 또 머리숱이 적어서 위축되었다가 모발이식을 한 뒤 결혼에 성공한 경우 등도 그렇다.

-진정한 아름다움은 어떤 것일까. 아름다워지면 행복해질까. 궁금하다.

▶아름다워지면 행복해진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이란 무조건 꾸미고 젊게 보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코를 세우고 눈을 크게 만드는 것도 아니다. 70대나 80대가 되어서도 인자한 주름과 건강한 미소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표정을 가진 부부의 사진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진정한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본인의 나이보다 약간 젊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굴이 화사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은 행복지수가 높을 것 같다. 의대 재학시절 환자의 표정을 보고 아픈 곳을 찾아낼 수 있다는 한 교수님의 말씀도 있었다. 그럴 정도로 얼굴에는 행복이 담길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아름다워지면 행복해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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