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열차를 타고 가는 중 차창 밖으로 전개되는 도시, 농촌, 산하를 보면서 봄이 왔음을 실감했다. 색상이 변하고 있었고 모양도 바뀌고 있었다. 달리는 도로의 차들도 일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좀 더 빨라지는 듯했다. 거리의 사람들도 열차 승객들도 두꺼운 외투를 벗어 버린 모습이고, 갈아입은 옷의 색상들도 밝은 것으로 바뀌고 있었다. 이젠 벌레들이나 파충류들의 동면에서 깨어나는 소리가 하나씩 들려오고 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 사계절이 있다는 것은 매우 큰 복이다. 그중에서도 봄이 변화의 느낌을 가장 크게 한다. 김동진 선생이 쓴 봄의 노래가 있다. 봄은 땅만 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열어 사랑의 꽃을 피운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 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 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 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 가주.'
그러나 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시각은 봄이 무르익어 가는 지금이지만 여전히 겨울을 다 지워내지 못한 것들도 남아 있다. 꽃샘추위도 간간이 남아 있고, 골짜기에는 여전히 언 땅이 다 녹지 않고 남아 있다. 자연은 봄을 맞고 있지만 우리들의 몸과 마음이 완전히 녹지 않아서 여전히 긴 옷과 두꺼운 겨울옷을 껴입은 사람들도 간간이 보인다. 혹이나 감기 걸릴까 염려하며 예방하려는 지혜이다. 이른바 환절기의 자기 보호이다.
필자가 섬기는 교회에 어제와 오늘 이어서 어르신 네 분이 소천(召天) 했다. 연이어 장례식을 주관했다. 목양(牧羊)의 경험은 환절기에 어르신들이 많이 돌아가심이다. 몸도 마음도 자연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절명(絶命)하신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가 이런 환절기가 아닐까 싶다. 정치적으로 봄이 성큼 다가와 있는데 사람들이 기다렸던 봄이었지만 어떻게 수용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 하고 있다. 더러는 아직 봄이 올 때가 아닌데 꽃망울이 너무 일찍 터졌다고 투정하기도 하며 걱정한다. 더러는 때는 되었는데 준비가 안 되어 허둥지둥하고 있기도 하다. 준비가 안 된 채 옷부터 갈아입다가 감기 들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봄을 행복하게 누리려면 환절기를 조심해야 한다. 정치뿐 아니라 문화의 변환에도 같은 문제가 노출된다. 문화는 삶의 형식과 태도의 문제인데, 역사는 문화의 변환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문화의 변환기에도 환절기 같은 병을 앓는다. 변환의 속도 때문에 신구(新舊) 문화가 충돌을 빚는다. 이런 문화 충돌은 세대 간의 갈등을 유도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 이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 완충지대 없이 충돌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 간의 격돌이 일어난다. 대부분 힘이 약한 아이들이 밀려나간다. 아버지 문화를 자식이 수용하기는 싫고 해서 충돌을 피하는 방법으로 가출한다. 물론 거꾸로 부모가 가출하는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에너지 소모가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한다.
등산 애호가들은 산에 오를 때 두꺼운 옷보다는 얇은 옷들을 여러 벌 가져간다. 그래서 추우면 여러 벌 껴입고 있다가 땀이 흐르면 하나씩 벗어 체온 조절을 한다. 이것은 환절기에 꼭 필요한 지혜이다. 두꺼운 옷이나 얇은 옷 중 선택하지 말고 얇은 옷을 여러 벌 준비하여 환절기의 온도 조절을 하면 좋을 듯하다. 분명한 것은 얇은 옷의 계절로 흘러간다. 그러니 봄이 왔다고 갑자기 다 벗으려고 급히 서둘지 말고, 봄이 오고 있음을 알면서도 두꺼운 옷을 그냥 입고 있으려는 고집도 부리지 말자. 순리를 따르면서 환절기를 지혜롭게 보내자.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도다."(전도서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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