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파나소닉과 삼성전자

한국인은 재벌에게서 어떤 이미지를 먼저 떠올릴까? 부도덕'불탈법, 정경 유착, 금수저, 현대판 왕족, 서민 착취… 온통 부정적인 이미지뿐이다. 재벌 총수들이 증인으로 나온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이후에는 '어리버리' '평균 이하 지능' '거짓말쟁이'라는 이미지까지 덧씌워졌다. 한국 경제가 왜 이렇게 무기력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기업 총수는 사회적인 신망이 대단하다. 능력 있는 전문 경영인 위주의 기업 시스템 때문에 '경영자는 위대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경영자를 위대한 이미지로 만든 것은 몇몇 뛰어난 기업가에게서 비롯됐지만, 그 가운데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1989)가 독보적이다.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그는 일본 역사에서 위인 혹은 리더 10명, 20명을 선정할 때마다 포함될 정도로 추앙받는다. 경영을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인간 행복을 추구하는 종합예술이라 여겼고, 이 철학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준 기업가였다. 농촌에서 태어나 초교 4년을 중퇴하고 직공으로 일하다 1929년 마쓰시타 전기산업(현 파나소닉)을 설립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웠다.

무학에 몸도 작고 마른데다 맨주먹으로 기업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현대판 도요토미 히데요시'라고 불린다. 호화 주택도 없고 파티도 즐기지 않은 그는 재산 2조7천억원을 전부 사회에 내놓았다. 출생'성장 과정만큼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을 연상시키지만, 존경받는 정도는 차이가 있다.

그의 철학은 일본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1950년대 일본 기업의 종신고용제를 선도한 것과 1979년 사재 70억엔을 들여 정치 지도자 양성기관 '마쓰시타 정경숙'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일본 기업도 종업원 해고를 밥 먹듯 했으나 그가 모범을 보이면서 종업원을 가족으로 여기는 문화가 생겼다. '마쓰시타 정경숙'은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를 비롯해 수십 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할 정도다.

요즘, 그가 세운 파나소닉은 과거의 영화를 잃어버리고 대규모 적자가 나는 기업으로 전락했다.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진 것이 주원인이다. 그럼에도, 그가 남긴 말과 사상은 여전히 빛나고 있건만, 삼성전자를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은 감옥에 갇혀 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