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광장] 아저씨의 분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다양해지면서 집단을 한 덩어리로 취급하던 것이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보니 호칭의 분화가 발생한다. 대체로 이런 호칭은 N세대, 칠포세대나 노마드족, 나홀로족 등 알 듯 말 듯한 신조어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언니, 누나, 아가씨 이후로 시작되는 아줌마, 미씨, 골드미스, 사모님 등 중년 여성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전에 집단의 분화가 이루어졌으나, 중년 남성이라는 거대한 집단에 대한 분류 체계는 별로 없었다. 형 혹은 청년으로 부르기 애매한 외모이면 불리기 시작하여 노인이라 보이기 전까지는 그냥 통칭 아저씨이다. 물론 이 집단은 김부장, 이선생 등의 사회적 직위로 지칭되곤 하지만, 집단이 분화되지 않았다는 것은 30~60대 남성들의 개별성이나 차별성이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하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집단도 이제는 아저씨, 아재, 미중년, 개저씨, 꼰대 등으로 구분되기 시작하였다. 아저씨는 나이를 기준으로 하는 인구통계적 분류 체계이다. 반면 '아재개그'라는 용어에서 볼 수 있듯, 젊은이들의 취향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나 그들과의 소통에 노력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이해해 준다는 점에서 아재라는 용어는 아저씨보다는 훨씬 친밀감이 내포된 심리적 분류 용어이다. 반면 미중년, 꽃중년은 남성용 화장품도 써 가면서 꾸준히 자기 관리를 하여 괜찮은 내적 외적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중년 남성들을 라이프 스타일로 분류하는 것이다. 나아가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중년남이라는 의미의 '아재파탈'이라는 분류가 있는데 사실 이는 차승원이나 콜린퍼스와 같은 배우들을 부르는 방송계 용어이어서 현실에서는 매우 희소한 존재이므로 우리는 해당 사항 없으니 무시하도록 하자.

이 집단의 가장 나쁜 범주가 개저씨인데, 개가 붙은 단어치고 좋은 말이 없으니 충분히 미루어 짐작하시리라 생각한다. 개저씨만큼은 아니지만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부정적으로 중장년 남성을 칭하는 용어가 '꼰대'이다. 이러한 의미의 분화는 '중년 남성=꼰대'의 틀을 벗어나 개별적 특징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나쁘게 볼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꼰대가 아닌 아저씨들도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이니, 이 용어는 연령에 따른 분류 체계는 아니다.

꼰대는 다양하게 정의되기는 하지만, 대체로 변화된 가치관이나 행동 기준을 무시하거나 모른 채 뒤떨어진 자신의 잣대로 타인에게 잔소리를 해대는 것으로 비친다. 특히 나이로 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고약한 판단 방식은 꼰대의 중요한 특징이다. 그래서 경우 없이 튀어나오는 반말은 나이 판단 체계의 불가피한 부작용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세대의 말은 경청하지 않고 자신들의 신념만이 온전한 것이라는 왜곡된 믿음으로 눈치 없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과업을 그 자체로 파악하지 않고 상하관계로 판단한다는 점에서 모두 적절치 못한 습관이다.

잔소리 듣기 좋아하는 사람 없는 법이며 새삼 세대 갈등 문제가 부각되는 현 시점에, 젊은 세대가 그들을 낙인찍는 꼰대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모두 타당할 수는 없다. 노련함은 꼰대들의 가장 큰 장점이다. 그들의 다양한 경험과 지혜는 세상과 조직을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하다. 또한 시류에 영합하지 않아서 중심이 묵직하다. 고등학생이 담배라도 피우는 상황에서 잔소리라도 한마디 하는 사람은 바로 그들 계층이다.

사회에는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다.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과 전통과 질서를 지키려는 사람이 있어, 그 사이 어디쯤인가의 방향으로, 생각보다는 느릴지라도 꾸준히 전진해나가야 사회의 혼란이 최소화된다고 믿는다. 꼰대는 연속성의 수호자이자 과속의 방지턱이다. 그런 점에서 그들은 나름의 사회적 가치를 갖는다. 그래서 설득력을 갖춘 정통파 꼰대들이 많아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련하되 노회하지 않아서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지혜를 구하며, 선배로 대접받으며 존중받는 아저씨들이 많이 등장해서, 그들에 대한 새로운 호칭과 분류 체계가 만들어질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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