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우리 학교(지금 그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에는 불교 시간이 있었다. '밝게 알고 올바르게 행하자'는 우리 학교의 교훈을 설명하면서 교법사는 학생들에게 물었다.
"자기가 하는 일이 나쁜 것인 줄 알면서도 잘못을 저지르는 사람과 나쁜 줄 모르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 중 누가 더 나쁜 사람인가?"
학생들은 하나같이 '알면서도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대답을 했다. '왜냐?'는 교법사의 질문에 한 친구가 일어서서 대답을 했다.
"알면서도 잘못을 저지른 것은 '고의'로 그런 것이니까 비난받아 마땅한 것이지만, 모르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고의가 아니고 '실수'로 그런 것이니까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자 교법사는 말했다.
"잘 이야기를 했다. 만원 버스에서 다른 사람에게 떠밀려서 남의 발을 밟게 되었다든지, 어린애가 아무것도 모르고 불장난을 하다가 불을 낸 경우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나 무지 때문에 잘못을 했다면 도덕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겠지. 그러면 질문을 바꾸어 볼까? 자기가 하는 일이 나쁜 일인 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중에 누가 다음에 나쁜 짓을 할 가능성이 클까?"
학생들은 잠시 웅성거리다가 여기저기서 '잘못인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을 했다. 교법사는 대답을 한 학생 중 한 명에게 다시 왜 그런지 물었다.
"잘못인지 아는 사람은 나쁜 짓을 하려고 할 때 양심에 찔리는 부분이 있을 수가 있고, 나쁜 짓을 꼭 해야 하나하고 망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잘못인지 모르는 사람은 그런 것이 없으니까 잘못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교법사와 대화를 하면서 우리의 머릿속에는 '무지의 죄'라는 새로운 개념이 잡히기 시작했다. 교법사는 사람이 가진 무지는 배우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것도 있지만, 타인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데서 비롯된 것, 알고 있던 것도 잘못을 계속 하는 동안 잊어버린 데서 비롯된 것이 있다고 덧붙여서 설명을 해 주셨다.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몰랐다'는 말은 너무나 흔하게 사용된다. 잘못을 한 정치인들은 죄를 면하기 위해 '몰랐다'를 반복하는 것은 익히 보아 온 모습이다. 학교 폭력의 가해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대부분 "그냥 장난이었다. 친구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지 몰랐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다들 그렇게 말을 하는 이유는 '몰랐다'고 하면 자신의 잘못이 조금이라도 덜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죄를 면한 사람, 죄를 면하는 방법을 본 사람들은 앞으로 잘못을 저지르고도 몰랐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무지의 죄'는 지은 죄보다도 더 큰 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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