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대구 동구 지묘동 대원사 앞 동화천. 수초가 우거져 자연미를 뽐내던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맨땅만 보였다. 굵은 자갈과 모래가 맨살을 드러냈고, 공사 차량 이동을 위해 쌓아 놓은 흙더미가 물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강가에는 잘라낸 나무들이 이곳저곳에 쌓여 있었고, 그나마 남은 몇 그루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옆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대구 유일의 자연하천인 동화천이 곳곳에서 진행되는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규모 택지개발과 도로 공사, 재해예방 사업이 물줄기를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다. 생태환경 파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공사 구간의 환경 훼손 정도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화천은 동구 도학동에서 발원해 북구 동'서변동을 거쳐 금호강으로 합류하는 약 15㎞ 길이의 지방하천이다. 긴몰개'참갈겨니 등 어류 19종과 흰목물떼새'상수리나무'왕버들 같은 동'식물이 살고 있다. 주택'도시기반시설이 가득한 도심 하천과 달리 자연하천의 모습이어서 예전부터 보존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하지만 동화천도 개발 흐름을 피할 수는 없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2014년부터 동화천이 흐르는 북구 서변'연경동, 동구 지묘동 일대 151만여㎡에 주택 7천907호, 인구 2만972명 규모의 공공주택지구를 조성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또 대구 4차 순환도로 제5공구(3.78㎞)가 동화천 위를 지나면서 공사 차량이 동화천 주변을 수시로 오간다. 게다가 2020년까지 동화천 하류 일대 제방을 보강하고 수변공간을 조성하는 재해예방 사업도 예정돼 있다.
동화천 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자연 훼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헌태 북구의회 의원은 "각종 공사로 동화천 주변에 훼손된 곳이 워낙 많아 막무가내 공사는 아닌지 의문"이라며 "이러다가 공사가 끝날쯤에는 생태하천의 면모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동화천 주변을 대규모 주택단지로 개발하는 것부터 이미 잘못된 선택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개발해야 한다면 동화천 고유의 기능과 가치를 살리기 위한 정기적 생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LH 관계자는 "교량 건설을 위해 하천 일부가 훼손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하천 경계의 녹지 폭을 30m가량 확보하고 자연석 쌓기'식생매트 깔기 등으로 친환경적 하천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동화천의 기존 경관 및 생태계 파괴는 최소화하며 재해예방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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